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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Nov 17. 2020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는 아이들처럼

여느 날처럼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우리 아이 또한 자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날이 거의 없다. 잠들고 깨어나면 다시 새 날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일까? 그저 눈을 감는 것인데, 아이는 마치 세상이 끝나버리는 것처럼 눈 감기를 거부한다.

그날도 그랬다. 아이는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는 책을 읽어달라고 떼를 쓰고 방금 마신 물 대신 우유도 달라고 보챘다. 어르고 달래다 지친 내가 분에 못 이겨 아이 엉덩이를 몇 대 찰싹 때렸더니 아이가 분연히 일어나 눈물을 글썽이며 나에게 말한다.

“아빠, 내 엉덩이를 때리면 어떡해! 그렇게 때니리까 내가 아프잖아!”

마치 종업원에게 난생처음 뺨을 맞고 어리둥절한 재벌가 도련님 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취급은 처음이라며, 난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당당한 모습. 때린 내가 무안할 정도였다.

“어? 아니 그러니까 아빠 말을 잘 들어야지. 아빠가 아까부터 어쩌고 저쩌고...”

당황해 변명을 둘러대지만 아이를 때려도 되는 정당한 이유 따위 있을 리가 없다. 결국 마지못한 사과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다시는 엉덩이를 때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함께였다.

아이를 재우고 방에서 아내와 그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내는 아이가 귀하게 태어난 자신을 저리도 당당하게 지키는구나, 싶어 놀라웠다고 했다. 우리들도 저렇게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때가 있었겠지. 하지만 커가면서 우리는 부당한 일에도 스스로를 더 낮추고 웅크리고, 입을 다무는 훈련만 끊임없이 해왔구나. 이야기하며 우리는 어른이 된 것에 대해 또 한 번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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