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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Jan 21. 2021

[책 한 구절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관계 속에서 나를 지탱하는 힘 발견하기


[개인의 생명이든 집단의 생명이든 스스로를 지키고 지탱하는 힘은 자신의 내부에, 여러 가지의 형태로, 곳곳에 있으며 때때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내가 지금부터 짊어지고  슬픔의 무게가 얼마만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감당해낼 힘이 나의 내부에, 그리고 나와 함께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풍부하게, 충분하게 묻혀 있다고 믿는다.
슬픔이나 비극을 인내하고 위로해주는 기쁨, 작은 기쁨에 대한 확신을 갖는 까닭도, 진정한 기쁨은 대부분이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만약 물질에서 오는 것이라면 작은 기쁨에 대한 믿음을 갖기가 어렵겠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라면 믿어도 좋다. 수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소개해드린 구절은 신영복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쓴 글에서 발췌한 것인데요, 끝이 없는 복역을 앞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신영복 교수의 의지가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각자의 이유로 끊임없이 불행을 마주하곤 합니다. 거대해보이는 불행 앞에서 삶에 대한 내 의지는 너무도 쉽게 꺾이고 맙니다. 남들이 볼 때는 사소해 보이는 불운일지라도 나에게 닥치는 순간 태산보다 커보이기도 하고, 내 의지와 정신력은 남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 소개해 드린 구절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힘은 생각보다 우리 내부에,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곳곳에 숨어있음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짧은 안부에도,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나도 모르게 입밖에 내뱉은 혼잣말에도, 아침에 눈을 떠 몸을 일으키는 순간에도 나를 지탱하는 힘은 분명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너무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에 주목하지 못할 뿐이죠.

다들 그런 경험은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이 우울한 날, 오랜만에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 한 통이나, 집에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의 모습,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던 경험이요. 우울해하고 있을지 모르는 주변의 누군가를 위해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 자신에게서 작은 기쁨을 찾는 하루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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