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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Feb 03. 2021

[책 한 구절 | 프레임]

‘사람 프레임’ 대신 ‘상황 프레임’으로의 전환


안녕하세요. 숙제강박입니다.


오늘은 심리학에 대한 책에서 구절을 가져왔습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쓴 ‘프레임’이라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고정관념 등이 포함된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요.

저자는 책에서 다양한 심리실험을 소개하며 인간이 얼마나 프레임에 의존적인지를 설명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객관적인 눈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굳게 믿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의 이성에 대한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또 반대로 프레임을 갈고 닦아야겠다는 다짐도 따라오죠.

그럼 오늘의 구절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상황 프레임을 갖게 되면 결코 이전처럼 사람을 볼 수 없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원래 착하기 때문이고, 악한 일을 한 사람은 원래 악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원래 그런 류의 사람이고, 부자는 원래 그런 류의 사람이다.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은 원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사람 프레임에 입각한 이런 생각들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의 힘을 직시하게 되면, 나쁜 행동을 한 사람에게 조금은 더 관대해진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조금 덜 영웅시하게 된다. 쉽고 익숙한 ‘사람 프레임’에서 불편하지만 진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나 아렌트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알고 계신가요? 나치 정권에서 유태인을 학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다룬 유명한 책입니다. 책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이히만이 원래 악한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고, 단지 당시 상황이 그를 학살자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심리학적 연구들도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죠.

저는 몇 년 전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약해지면서 타인과 세상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워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악당들이 많았습니다. 그저 평온한 하루를 원할 뿐이었지만, 그 평온을 깨뜨리는 나쁜 사람들이 회사에 수두룩했죠. 그들은 제 상황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툭툭 일을 던졌고, 제 자존심을 짓밟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강자에게는 철저히 복종했죠. 저는 당시 그들을 태생적으로 나쁜 사람들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구절을 읽고 나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식들과 통화할 때나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하는 모습, 식당 종업원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똑같이 평범하고 불쌍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들을 용서하면 더 힘들어질것 같던 제 마음도 반대로 더 평온해졌죠. 또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악마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누군가를 깊이 미워하고 계시다면 오늘의 구절을 한 번 되새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사람을 미원하는 대신 상황을 이해하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숙제강박이었습니다.


(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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