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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Feb 11. 2021

[책 한 구절 |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옳음’ 보다 ‘친절함’을 택하는 삶


저는 인문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그 안에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장 지혜롭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연구했던 것들이 바로 삶의 의미에 대한 문제였기에, 인문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딱 떨어지는 답을 내놓은 학자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너무 쉬운 해결책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제게는 적어도 한 가지 가능성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상이 조금 투명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정지우 작가의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책에서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택하라.”


올바르기란 쉽다. 하지만 친절하기는 어렵다. 올바름은 언제나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삶을 맞추면 달성된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는 올바름의 기준을 부단히도 고쳐온 과정이자 올바름이라는 폭력 아래 무수한 타자들을 굴복시켜온 시간이기도 하다. ‘올바른 것을 행한다’는 명분 아래, 그에 대한 손쉬운 복종 아래, 눈앞의 타인에 공감하고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수없이 사라졌다. 그 올바름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부드러운 마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만나는 순간 편견과 차별 없이 일어나는 공명은 늘 올바름 앞에 힘을 잃는다.


친절은 상대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순간에 대한 묘사다. 달리 말해 환대는 타인을 향한 내 안의 ‘올바름의 기준’이 무너진 폐허에서 피어오른다. 진정으로 친절하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무너져 있어야 하고, 열려 있어야 한다.]


제가 인문학에서 찾아 헤맨 것은 시대를 초월한 ‘옳음’이었습니다. 그것만 찾으면 인생을 살아가는 올바른 방식을 알 수 있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실천한다면 세상의 거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오늘 읽어드린 구절처럼 ‘옳음’은 차갑고 딱딱합니다. 나의 옳음과 상대방의 옳음도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옳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고쳐야 할 것 투성이입니다. 그 안에는 상대에 대한 애틋함과 배려 따위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고쳐야 할 것과 고쳐진 것, 두 가지만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반면 친절은 옳음에 대한 기준이 없이 그저 열려있습니다. 작가가 폐허라고 표현한 것처럼 나의 기준이 모두 무너진 상태에서 비로소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온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적어도 내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답을 찾고자 했던 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만하게 만드는 정답이었습니다. 내 주변도 바꾸지 못하면서 온 세상을 바꾸고자 희망했습니다. 이렇게 쉬운 답을 옆에 두고 말입니다.

선의가 바탕이 된 친절.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이만큼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도 없어 보입니다.

여러분들도 오늘은 옳음에 대한 기준을 버리고 폐허가 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숙제강박이었습니다. (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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