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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Feb 18. 2021

[책 한 구절 | 숨결이 바람 될 때]

죽음을 곁에 두는 삶에 대하여

오늘은 삶의 유한성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오늘의 구절은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제목의 책에서 가지고 왔는데요. 이 책은 미국의 유망한 신경외과의였던 작가가 서른네 살의 젊은 나이에 폐암 진단을 받고, 약 2년 간 암과 싸워나간 과정을 스스로 남긴 글입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직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작가의 심경, 힘든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가족의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작가는 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의사와 환자, 병을 통보하는 입장과 통보받는 입장. 이렇듯 질병에 있어서만큼은 상반된 두 입장을 모두 경험한 작가의 투병기는 더욱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럼 ‘숨결이 바람 될 때’에서 발췌한 구절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 완료 상태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대부분의 야망은 성취되거나 버려졌다. 어느 쪽이든 그 야망은 과거의 것이다. 미래는 이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놓인 사다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되는 현재가 되어버렸다. 돈, 지위, <전도서>의 설교자가 설명한 그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작가는 병에 걸리기 전까지 성공이 보장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촉망받는 신경외과의로서 명문대학의 교수직을 코앞에 두고 있었죠. 오늘 읽어드린 구절은 작가가 스탠퍼드 동문 모임에서 동창들을 보고 나서 느낀 것입니다.

사실 죽음을 곁에 두고 살라는 조언은 그리 색다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조언 중 하나죠.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라틴어에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지혜를 미리 알고 실천하라는 조언일 텐데요, 죽음을 앞둔 사람의 지혜라는 것은 현재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삶의 유한성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의 삶에서 한 순간도 허비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죠.

‘죽음을 명심하고 현재를 소중히 여겨라.’

온갖 책과 강연에서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던 조언이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건 생각만큼 잘 되지 않습니다. 죽음 자체가 주는 불길한 느낌도 생각을 방해하곤 합니다만, 그것보다 더한 이유는 내가 여전히 살아있고, 죽음의 징조 같은 건 웬만해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죠. 언젠가 병에 걸리거나 죽을 고비를 맞는다면 저절로 삶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으니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잠시 미루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이미 늦은 후겠죠.

죽음을 생생히 떠올리는 것이 영 힘들다면 죽음을 가까이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관련된 책이나 인터뷰 영상을 찾아본다든지, 노인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그걸 통해 단 하루라도 죽음을 가까이하면서 삶을 소중히 여긴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반복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겠죠.

오늘 제 영상을 보신 여러분 모두 죽음을 앞두고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하루를 만드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숙제강박이었습니다. (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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