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과제보다 지나온 노력에 집중하기
오늘은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소설가들의 산문집을 좋아합니다. 소설에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내밀한 내면이 보이기도 하고,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길래 소설이라는 거대한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소설가들의 산문집은 언제나 고독과 노력, 깨달음으로 넘쳐납니다.
오늘의 책, <지지 않는다는 말>에도 소설가 김연수의 고독과 노력, 깨달음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달리기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인데요. 달리는 습관에 담긴 의미, 달리기의 장점, 계절에 따른 느낌의 변화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묘사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 왜 소설가들이 달리기에 빠지는지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럼 달리기에 대한 오늘의 구절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달리기는 몸을 만드는 운동이 아니라 마음을 만드는 운동이라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됐다고나 할까? 별다른 목표 없이 두 달 동안 설렁설렁 뛰고 나니 마음은 내가 한 일들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다. 그전까지 달릴 때 내 마음은 내가 하지 못한 일들에 집중했었다. 예컨대 나는 한 달에는 최소한 200킬로미터는 달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는 늘 200킬로미터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 운동하며 이 여름을 지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맥주를 마실 때도 그 생각을 한다. 아무리 거품을 삼켜도 배는 나오지 않으리라. 나는 여름 내내 달렸으니까. 이건 좀 멋지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지만 목표와 성취, 만족과 불만족에 대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평소 목표의 중요성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습니다. 목표 없는 노력은 방향을 잃은 채 노만 저어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배와 다를 바 없다고들 하죠. 효율이 중요한 지금 시대에는 목표를 정한 뒤 그것에 가장 적은 노력을 들여 효율적으로 도달하는 것이 미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구절처럼 목표를 정하면 목표까지 남은 과정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컴퓨터 로딩 화면의 가로로 긴 막대기를 볼 때, 100%까지 남은 퍼센트와 시간이 계속 보이는 것처럼요. 앞으로 가야 할 길만 보이면, 그다음은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달려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겁니다. 어찌어찌 목표를 달성한다면 다 내려놓고 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웃게 될까요? 아마 목표가 가까워지면 불안해하며 목표를 더 멀리 차 버릴지도 모릅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순간을 상상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예컨대 처음 겪는 불안함보다 목표만을 쫓아 달려가는 삶이 더 익숙하고 편할 겁니다.
인생에서 쉼표가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쉬었다 가라는 뜻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목표를 쫓는 방향에서 뒤를 돌아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바라보며 만족하는 것, 그것이 쉼표의 의미가 아닐까요? “나 잘하고 있어”, “지금까지 고생했어”,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오랫동안 버텨온 게 대단해”라고 말해주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쉼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뒤를 한 번 돌아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걸, 꽤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목표까지 남은 거리는 아득할지라도 이미 출발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와있을 거예요. 오늘은 그 까마득한 노력만큼 스스로를 격려하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숙제강박이었습니다. (유튜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