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됐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
어제저녁에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아이가 반 친구와 다퉜는데 손으로 조금 할퀴었으니 손톱을 정리해달라는 연락이었다.
아이가 먼저 때린 것은 아니고 친구가 먼저 때리고 도망가는 와중에 잡으려고 하다가 할퀸 것이니 너무 걱정하시지 말라는 말도 함께였다.
이전에도 다른 아이와 놀다가 부딪혀 머리에 시퍼런 멍이 들어온 적도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물론 손톱은 지체 없이 정리했고, 친구를 때리거나 할퀴거나 깨물거나 꼬집거나 등등 아이가 할 수 있는 모든 해코지를 떠올리며 안된다고 강조했다.
알아 들었는지 못 알아 들었는지 아이는 연신 네네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는데 선생님이 아이 엄마 하나와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길래 옆에서 조금 기다렸다.
선생님도 양쪽 집 부모들에게 연락하며 마음을 쓰셨을 테니 죄송하다는 말도 전하고, 더불어 다친 아이 부모님께도 죄송한 마음을 전해주십사 말하려고 했다.
선생님의 대화가 끝났길래 옆에서 “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더니 선생님이 눈짓으로 그 아이 엄마를 가리키신다. 다친 아이 엄마인가 보다.
냉큼 “아, 000 엄마세요? 죄송합니다..”라며 말을 시작하는데, 고개를 휙 돌리더니 쌩하니 가버린다.
선생님께서도 민망하신지, “아이가 긁힌 자리를 보면서 계속 아프다고 그랬나 봐요, 그래서 화가 좀 나셨나 봐요.”라며 어쩔 줄 몰라하신다.
다친 아이가 옆에 있길래 팔을 보니 약간 긁힌 정도인 것 같은데 애써 못 본척하며 선생님께도 죄송하다는 말을 마저 전하고 나섰다.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식당에서 옆 테이블 물건을 덥석 집는 경우도 있고, 계단을 천천히 오르느라 뒤에 어른들이 줄줄이 서있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럴 때도 항상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이번 일은 조금 다른 의미였다.
그동안은 아빠로서의 “죄송합니다.”였다면, 이번에는 학부모로서의 첫 “죄송합니다.”.
세 살인 아이는 마냥 아이라기엔 힘도 세지고 고집도 어른 못지않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뭘 몰랐다는 핑계로 아이의 잘못을 덮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까?
아이 없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개념 없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매사에 조심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더 필연적으로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