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가 아직은 당연하지 않은가 봐요

by 숙제강박

얼마 전 아이의 어린이집을 옮겼다.

그동안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던 중에 미리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던 꽤 큰 어린이집에서 연락을 받은 것이다. 아이에게 어떤 게 더 좋을지 아내와 한참을 고민하다 더 아이가 자라기 전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 편이 아이 입장에서 적응하기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을 옮기면 1주에서 2주 사이의 적응 기간을 보내야 한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혼자 덩그러니 놓이지 않도록 부모 중 하나가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인데, 점점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나가다가 아이가 완전히 혼자 있을 수 있게 되면 마침내 적응기간도 끝나게 된다. 육아휴직 중인 나는 당연히 내가 적응기간의 보호자가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의 OT담당자는 아빠가 한 교실에 같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아무래도 여성인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불편해한다는 것. 결국 아내가 휴가를 며칠 내고 그렇지 못한 날은 근처에 사시는 아주머님이 고생을 해주셨다.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소통에서도 아빠는 언제나 배제되어있다. 아이가 하루 종일 어떻게 생활하는지 선생님은 너무도 당연스럽게 엄마에게만 알려준다. 아이의 근황이 궁금하면 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 물어봐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치거나 감기에 걸려도 선생님의 연락은 아내에게만 향한다. 매일 아이를 등원시키는 건 아빠인데도 말이다.

요즘 어린이집에는 아빠들이 종종 보인다. 내가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던 2년 전보다는 훨씬 더 많아진 듯하다. 그만큼 아빠가 양육한다는 개념이 어색하지 않아졌다고는 하지만 남자 직원들의 육아휴직에 대해 광고를 만드는 기업이 있을 정도로 아빠의 육아란 아직 평범하지 않은 일이다. 내가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쓰며 봤던 눈치들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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