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월요 전쟁

주말 후유증을 이기고 아이 어린이집 보내기

by 숙제강박

월요일은 누구에게나 고되다.

육아휴직을 쓴 아빠조차도 월요일이 고되다고 말하면 회사원들이 비웃으려나 싶지만, 신기하게도 그렇다.


지난 주말에도 어김없이 아이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처가 식구들을 모두 초대했다. 형제가 없는 아이는 처가 식구들이 온다는 말에 금요일부터 신나 있었다. 손님 중에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여섯 살의 사촌누나와 네 살의 사촌 형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식탁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기울이는 동안 아이들을 절대 먼저 잠드는 법이 없다. 어른들이 제공하는 장난감 프로그램에 따라 충실히 뛰어놀다가 장난감이 지루해지면 없는 장난감을 만들어서라도, 노래를 만들어 부르면서라도 지들만의 밤을 즐긴다.


10시쯤 잠자리에 드는 우리 아이도 그날만큼은 12시 반까지 땀에 젖도록 뛰어놀다가 결국 사촌들과 울면서 헤어졌다. 장난감을 서로 빼앗으면서 세 번쯤 울고 울렸으면서도 뭐가 그리 애틋한지 아파트 사람들 다 깨도록 울고불고 야단이었다. 그렇게 늦은 잠에 들면 다음날인 일요일은 늦잠 예약이다. 오전 10시쯤 일어나 낮잠은 건너뛰고 밤엔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든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싫어하신다는 바이오리듬 망가뜨리기가 그렇게 이뤄진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아이는 방에서 잠을 깨고 안방으로 다다다다 달려온다. 이미 출근하고 없는 엄마 자리에 풀썩 엎드려 “엄마 보곱. 엄마 보곱.”이라고 외치며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 회사 갔다고 말해주면서 꼭 껴안아주려고 하면 아빠를 밀쳐내며 엄마 배게에 얼굴을 더 파묻는다. 엄마의 출근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를 충격에서 끄집어 내는 것이 육아휴직 중인 아빠의 월요 전쟁 서막이다. 우선 엄마가 회사를 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엄마는 맛있는 간식을 사러 회사에 가는 거야, 엄마가 회사를 안 가면 우리는 맘마를 먹을 수가 없어, 등등 아이가 이해하지도 못할 게 뻔한 말을 되뇐다. 아이는 엄마 회사로 가자며 나를 침대에서 이끈다. 일단 엄마 냄새가 나는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므로 나는 일단 거실로 따라나선다.


거실에서 우선 아이를 달랠 아침 주스를 대령한다. 이 아침 전쟁을 미리 예상하고 어제저녁에 휴롬으로 만들어놓은 사과, 당근 주스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는 사이 재빨리 태블릿으로 만화를 튼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미역국을 데우고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나도 먹을 만큼 충분히 한 그릇에 국과 밥을 만 뒤 만화에 정신 팔린 아이에게 한 술씩 떠먹이고, 이내 아이가 고개를 저으면 남은 밥을 얼른 후루룩 내 입에 욱여넣는다.


아이에게 양치와 세수를 시키는 다음 단계는 고역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하는 준비라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무엇 하나에도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세부전략을 세운다. 하나의 미션을 아이가 완료할 때마다 어떤 리워드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젤리도 하나 있고, 어제 사놓은 꿀호떡빵도 하나 있다. 양치를 마치고 젤리를 다시 먹일 수는 없으므로 세수부터 시키고 옷까지 다 입힌 다음에 젤리 하나를 준다. 젤리까지 다 먹으면 이제 양치를 시작한다. 양치를 다 마친 후 꿀호떡을 준다. 아, 차에 타는 것과 마스크 씌우는 미션이 남은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더 줄 것이 없을 때는 윽박지르기밖에 할 게 없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목소리가 커진다. 더군다나 월요일은 아이 짐도 다른 날보다 많다. 아이 이불과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우산을 목에 끼운 다음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차로 걸어간다. 아이는 보통 우산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내 왼쪽은 얼마 못 가 젖는다. 차 앞에 가도 차 문을 열 손이 남아있지 않다. 아이를 잠시 땅에 내리고 문을 열고 가방과 이불을 차 안으로 던져 넣은 다음 도망간 아이를 잡으러 다시 우산을 들고 쫒아간다. 아이는 차 가죽 시트를 몇 번 발로 뭉갠 뒤에야 카시트에 올라탄다.


어린이집에 가까워질수록 아이는 더 격렬하게 저항한다. 운전하는 내 뒤에서 아이는 “어린이집 안 갈 거야.”라는 말을 조그맣게 읊조리면서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차에서 내려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차에 타는 것의 역순이라 똑같이 힘들다. 가방과 이불을 왼손에, 아이를 오른손에, 우산은 목에. 여전히 내 왼편은 젖고, 아이는 직접 눌러야 직성이 풀리는 어린이집 초인종을 누른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느릿느릿 문을 열어주고, 팔이 후들거리는 내 맘도 모른 채 우리를 밖에 세워 놓고 열체크와 손 소독을 진행한다. 아이와 교실을 향해서 걸어가는 길에는 아이가 딴청 피울만한 커다란 어항과 벤치, 창고, 계단, 화분이 즐비하다. 교실에 들어가기 싫은 아이는 털썩 주저앉고 나에게 물고기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결국 선생님 한 분이 선물 같아 보이는 것을 들고 반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아이는 얼른 교실로 따라 들어간다. 친구보다 먼저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끝났다.


어린이집 앞에 차를 정차할 때는 7분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라고 들었는데, 7분이 넘어가면 cctv로 단속한다던데, 나는 바로 출발할 수가 없다. 어차피 7분이 훌쩍 넘었기도 했지만, 나는 마스크를 조수석으로 집어던지고 눈을 감는다.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며 생각에 빠진다. 둘째를 가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 너무 윽박지른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당긴다는 생각. 상처만 남은 마음을 붙잡고 나만의 월요일을 시작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