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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Jul 22. 2020

글 쓰는 일이 쉬워지는 것에 대하여

어젯밤, 잠에 들지 못하고 생각만 많아지고 있었는데 브런치 생각이 문득 났다.
갑자기 쓰고 싶은 글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고민 끝에 몸을 일으켜 휴대폰에 생각나는 주제들을 옮겨 적었다. 글을 쓰는 게 재미있어졌구나, 싶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노력을 수반한다.  분야로 들어가 체험해보는 노력이 있기 전에는 내가  일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길이 없다. 남의 말만 믿고, 또는 누구를 위해서 선택한 일은 언젠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아이를 위한 육아 에세이 원고를 쓴 지  달이  되어간다.  달이 되니 글을 쓰기 시작하는 데까지 닿는 문턱이 낮아졌다.  글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한다. 남들이 좋게 봐주는 것은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조용한 오전 시간에 식탁에 앉아 커피와 아이패드를 놓고 글을 쓰는 게 어색하지 않은 일상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그것에 관한 글을 쓰면  지적 순환고리의 모든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정보와 지식을 닥치는 대로 먹어대기만 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소화하고 배설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느낌이랄까.

글을 쓰다가 문득 몸을 일으켜 움직일  거울을 보면  씻지도 않고 너저분한 옷을 걸쳐 입은 백수 하나가 있다. 입에는 커피와 함께 먹은 프레즐을 우물거리고 있는 채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으려면 한량이 되어야 하는 걸까? 역시 지적인 노동은 배부르고 등따신 상황에서 가능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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