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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Sep 10. 2020

나를 아끼자는 다짐에 대하여

육아휴직을 쓰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 하나.
돈을  벌어오는 만큼 소비를 줄인다.’

다른 일을 준비하면서 들어가는  외에 나에게 들어가는 돈은   있는데 까지 아껴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내의 월급으로 우리 가족이 살아가고 있으니 나도 양심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생각이긴 했다. 코로나가 돕긴 했지만 어쨌든 친구 만나서 술 먹는 것도, 옷이나 신발을 사는 , 외식, 커피 사 마시는   나에게 들어가는 돈은 철저히 아낀다. 하지만 아이나 아내에게까지 절약을 강요하진 않는다. 지금의 절약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고 나선 내가 오롯이 짊어져야  몫이다.

그렇게 6개월을 넘게 살았다. 하루에 단돈  원도 쓰지 않고 버틴 날이 절반은 되고, 피치 못해 밥을   사 먹거나  어디 가야   차에 기름을 넣는  외엔 결심을 지키며 살았다. 각종 보험이나  대출이자, 공과금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긴 했지만, 회사 다니면서 생각 없이  때의 가족 생활비와 비교하면 1/3 정도로 줄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생각하면 힘들진 않았다. 언젠가  고생을  보상받을 거라고 생각하면 하루하루 버틸만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안에서 나를 무시하고 핍박하는  점점 당연해지고 있었나 보다.  며칠간 계속 우울하더니 결국 아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아내가   아닌 말을 했는데, 마치 그게 나를 무시하는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내는 당황했고 그런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터져버린 화는 며칠 동안 가라앉지를 않았다.

며칠이 지나 생각해보니 아내의 의도는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내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민감했던 이유는  안에서 나를 자꾸 작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동안 내가 스스로 학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는  정도 취급이면 되는 사람이라고 폄하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돈을 못 벌고 있으니 끼니도 대충 때워도 상관없으며, 옷도 입건  그대로 입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순간들마다 나는 나를 조금씩 학대하고 있었던 거다. 당황스러웠다. 나는 회사를 쉬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나는  밖을 나서 햇볕을 받으며 걸었다. 얼마 만에 산책인지 기분이 나아지는 듯했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던 돈가스도 사 먹고 후식으로 커피도 마셨다. 집에서 매일 먹던 따뜻한 아메리카노 말고 달달하고 시원한 걸로. 기분이 조금 나아졌나 싶기도 했다.

세상엔 서로 상반되는 많은 조언들이 넘쳐난다.
 가지 일에 1 시간 투자해라.”, “아니다. 이것저것 해보며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라.”
소비를 줄이고 돈을 모아라.”, “아니다. 돈을 써야 돈이 들어온다.”
공부가 가장 안전한 길이다.”,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그중 나에게 가장 헷갈리는 것은 이거다.
미래의 꿈을 위해 현재를 포기해라.”, “아니다.   사는 인생, 현재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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