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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Sep 08. 2020

코로나 블루에 대하여


요즘은 우울한 나날이다.
일도 진전이 없을뿐더러 코로나 때문에 어딜 나가서 기분전환할  있는 상황도 아니다. 휴직 중인 관계로 돈은 돈대로 없어 사치품을  수도 없고 심지어는 배달음식이나 생필품에까지도 돈을 아끼고 있다. 아끼는 것에 익숙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는 우울이 마음속에 쌓이나 보다. 그걸 삼십 중반이 돼서야 알았다. 그래서 요즘은 그저 우울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 자유롭게   있는 ‘생각만을 한다. 이걸로 우울한 마음이 해결될  있을까 하여 하고  한다. 하지만 생각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 대신 문제를  복잡하고 깊게 만드는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정신승리를 하기 힘들다. 어떤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다른 생각이 떠올라 다른 결론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라는 과정 자체가 고역이 되어버린다. 생각에 지쳐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하지만   발동 걸린 생각은 좀체 멈출 줄을 모른다. 최악의 마음을 만들어버리고 나서야 생각은 멈춘다. 멈춘다기보다는 동력을 잃어 천천히 서버린다. 생각이 놓은 길을 따라  여행을 다녀왔지만 생각에서 퍼뜩 깨 보면 제자리다. 생각을 하긴  건가 싶기도 하다.  앞의 모니터 화면이 그대로인  보니 현실은 아무것도 변한  없다.

나는 본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보통 혼자 있을  우울해지곤 하는 것처럼 나도 혼자 있으면 자연스레 우울한 모드로 변경된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시간에는 생각이 멈추기 때문에 행복한데, 혼자 있을 때면 생각을 멈춰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관계를 맺는 것은 그동안 순전히 나의 의지였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반대로 귀찮아도 하는 이중적인 성격 탓에 남들이 나에게 만남을 제안해 성사되는 것은 드물었다. 보통 내가 필요해 그들을 찾고 그들이 거절하지 않으면 만남이 성사되곤 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니 나에게 만남을 먼저 제안하는 사람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내가 먼저 만나고 싶어도 폐가 될까 싶어 제안하지 않다 보니 결국 거의 모든 관계가 없어졌다. 가끔 주고받는  바이트의 문자 데이터 말고는  어떤 감정도 오고 가지 않는다. 원래 대부분 혼자였지만 이젠 전적으로 혼자다.

그럼 내가 이번 사태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연락하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느꼈나?,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다. 그것에 관해 생각을 거듭하다가 결국 지쳐서 오래된 지인에게 연락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우울함은 그렇게 모든 의욕을 앗아간다. 뭐가 잘못인  알면서도 잘못을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기준을 낮춰버린다. 원래 이게 맞는 거라고, 내가 너무 로맨틱했다고.. 현실에 대한 정신승리를 하는  아니라, 패배에 대한 정신승리를 해버린다. 패배에 대한 정신의 정당화, 정신패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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