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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Oct 14. 2020

남들보다 늦게 놓아버리는 사람에 대하여

그런 사람이 있다.
우르르 모여 놀다가 흩어진 빈자리에서 흩어진 줄도 모른 채 기다리는 사람. 이젠 추억이 되어버린 모임이나 카톡 단체방에서도 한창때처럼 떠드는 사람. 이제는 몇 오지 않는 술자리를 몇 번이고 만들어내는 사람.

나에게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주로 대여섯 정도 나이를 더 먹은 형님들이다. 그 당시의 교육에는 인연을 더 소중히 해야 한다는 무슨 강령이라도 있었는지 그 연배의 형님들은 인연을 쉽게 놓지 않는다. 이젠 너무 오래 지나버린 인연들의 카톡방을 나가기라도 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다시 초대하는 건 그런 사람들이다. 마음은 알았으니 방에 남아있기라도 하라고, 사람 일 모르는 거 아니겠냐고 나를 다독인다.

어릴 때는 그게 그렇게 귀찮고 싫었다. 나는 이미 사회에 나와 다른 인연을 만들고 사는데, 그들은 그저 과거에 연연하며 그때의 시간에 머무는 지박령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는 그저 과거로 남겨두어야 그나마 빛나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이미 달라졌는데 노력한다고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무심코 잊고 있던 sns를 보게 됐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저 평소보다 일찍 잠든 아이 옆에 누워 휴대폰은 만지작거리다가 눌러본 것뿐이었다. 10년 전의 대화들. 이름을 봐도 누군지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이젠 멀어진 사람들도 있고,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도 눈에 띄었다. 젊은 그들은 하나같이 활기차고 수줍었다. 유치한 대화였지만 조금씩 달뜬 마음들이 느껴졌다. 10년 전이지만 지금과 달리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빛나고 있는 내 모습도 보였다. 그 모습이 씁쓸하다기보단 그저 그 친구들이 그리웠다.

이윽고 남들보다 인연을 늦게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어떤 마음에서 놓아버리지 못했는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차갑고 오만했을까. 남들보다 늦게 놓아버리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생각이 느리고 멍청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한 번 놓쳐버리면 다시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남들보다 먼저 알았다. 그들은 따뜻하고 친절했다. 그걸 너무 늦게 알아버려서 나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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