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미 Feb 21. 2020

D-88 | MAY DAY! MAY DAY!

3부 | 출사표를 던지다 - 퇴사하기 좋은 날

-D-88 | MAY DAY! MAY DAY!

[그림17] 홀로 남은 꽃

5월 1일 노동절의 이른 아침, 겨우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갔다. 변변한 수영복이 없어 펄럭이는 러닝 팬츠를 입고 입수한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윗도리를 다 벗고 있는 내 모습이 어쩐지 부끄러웠다. 허벅지까지 오는 어린이 풀장에서 '음-파' 숨 쉬는 법과 숨을 참고 물 위에 떠 있는 법을 배웠다. 사주를 보니 물을 조심해야 한다던 점쟁이 할아버지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옆구리의 배둘레햄(?)을 극복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거듭나길 기원해본다.

[그림18] MAY DAY! MAY DAY!

수영 강습 첫날, 하루 중 첫 번째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오전 8시밖에 되지 않았다. 무얼 하면 MAYDAY를 가장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하다가 타고 온 자전거가 보였다. 친구와 함께 라이딩을 떠나기로 하고 아침부터 신나게 달렸다. 달리고 달리다 보니 오이도를 거쳐 대부도에 까지 당도했다. 시화 방조제의 끝없이 펼쳐진 직선도로를 타고 도착한 대부도에서 이 지역 필수 코스라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대부도 서쪽 바다 너머로 지는 태양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다시 어떻게 돌아가지?'

[그림19] 돌아갈 곳 자취방이 있다

자그마치 70km를 달렸던 두 다리가 후들거려 중간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퇴사를 하더라도 믿는 구석을 하나 만들어두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회사에서 보낸 숱한 노동의 시간들이 빠른 길이 아니라 멀찍이 돌아오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몸의 감각을 깨우는 일, 몸이 기억하는 활동은 근육에 느낌을 새겨놓는 것과 같아서 익숙해지면 뇌의 정성스러운 통제 없이 자동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타 치기, 수영하기, 자전거 타기 같은 것들. 이런 활동들을 늘려나가야겠다. 대부분 삶의 활력소가 된다. -<퇴사일지> 중에서 -


수영을 하고 생긴 변화

아침 7시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아침 수영장에 가고, 수영 후 자전거를 타고 출근, 회사에서 일이 끝나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몸은 더 고단해졌지만 신기하게도 정신은 더 맑아졌다. 안 맞던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되었고, 자신감과 의욕이 샘솟기 시작했다.


동태 같은 눈으로 비효율적인 야근에 허덕이던 나는 병든 몸 지친 마음이었다. 3번의 인도 여행에서 무작정 갠지스에 뛰어들었다가 2번이나 익사할 뻔했던 나는 언젠가 갠지스에 다시 찾아가 버터플라이를 하는 내 모습을 꿈꾸며 매일 아침 즐겁게 수영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D-100 |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먹거리 탐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