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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미 Feb 24. 2020

D-70 | 주말 창업의 시작

3부 | 출사표를 던지다 - 퇴사하기 좋은 날

-D-70 | 주말 창업의 시작

[그림20] 열매 맺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소년 핑크입니다."

홍대 앞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하던 때가 있었다. 생각을 정리해두었던 일기장이 그대로 곡이 되었고 곡들이 쌓이자 자연스럽게 멤버들이 모였다. 합주를 하고 함께 곡을 완성해나가는 것 자체가 좋았다. 열심히 연습한 결과물을 한 달에 한두 번 클럽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멤버들에게도 일상의 숨통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바라는 것 없이 공연하는 것 만으로 좋았던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야근이 잦은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멤버와 그 못지않게 바빴던 나는 연차휴가를 맞추는 게 일이었다. 홍대 앞의 급속한 상업화와 라이브클럽을 찾는 관객들이 줄어들면서 언제부터인가 함께 공연하는 뮤지션들이 곧 관객인 상황들이 연출되었다. 그 또한 나쁘지 않았지만 우리도 여느 밴드들처럼 30대에 진입하는 언저리에서 멤버들의 개인 사정과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잠정적인 휴지기에 들어갔다.


#인디밴드일거리창출

라이브클럽에서 만난 인디뮤지션들은 20대 중반이 많았다. 대부분 아직 학생이거나 이제 막 음악활동을 시작한 친구들이 많았다. 이들 중에는 개인 악기 레슨을 하거나 음악활동과는 동떨어진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나처럼 별개의 직장을 다니는 과장님, 대리님도 있었다. 창작자들은 넘쳐나지만 음원 유통구조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열악하고 클럽에 오는 손님도 줄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를 비롯한 밴드 혹은 싱어송라이터들은 '자기 이야기'로 곡을 쓰고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며 생계유지를 위해 투잡을 뛰어야 했다.


이들이 자신의 창작 재능으로 자기 이야기뿐만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로 곡을 만드는 작업을 '일거리'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는무슨노래부르나

명절날 고향에서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4학년 조카가 '방탄소년단'에 환호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남녀 간의 잔인한 사랑노래, 이별노래, 그리고 성적 은유를 담은 노랫말을 따라 부르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그 시절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유치한 동요보다는 또래 집단 사이에서 힙하다고 여겨지는 대중가요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르는 노래 속 시적 화자는 언제나 초등학생들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어린이는 무슨 노래 부르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린이들의 때 묻지 않은 톡톡 튀는 시선과 목소리를 담은 곡을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들의 이야기로 만드는 세상에 하나뿐인 콘텐츠 창작소

싱어송라이터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바로 자기 목소리와 감정, 음역대에 딱 맞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 좋은 노래는 너무나 많지만 온전히 내 마음을 대변해줄 노래는 찾기가 싶지 않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학교-학원-집의 쳇바퀴 속에 살아가는 우리네 초등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억울한 것도 많고 화나는 일도 많을 텐데 그것을 풀어낼 기회는 많지 않다. 회사에 다니며 수도 없이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며 언제나 의문이었던 점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언제나 수동적인 교육의 수혜자로서만 존재하게 만드는 환경이었다. 이해보다는 암기를 강요하고 시행착오를 겪기보다는 보다는 빠른 길로 안내하고자 하는 분위기, 재미있는 것도 뭐든지 숙제처럼 만드는 학교가 문제였다.


어린이의 놀자리 창출을 위한 무궁무진 스튜디오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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