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커뮤니티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며, 우리는 무엇이든 건져내야만 한다

by 호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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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전략. 2020년 봄은 아프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다. 언제라고 여유롭던 적이 있었겠냐만 우리 사회에 부여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특히 가혹하기만 하다. 커뮤니티 공간에겐 영업중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3월에 시작 예정이던 프로그램 또한 무기한 연기 되었다. 작은 커뮤니티 공간이 다시 부담 없이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시기는 아마도 개학 혹은 위기단계가 떨어진 순간일 테다.


모든 것이 단절되고 나서야 많은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만남과 교류가 사라지자 가장 먼저 경제와 심리가 흔들리고, 육아부터 위생까지 개인이 직접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바쁜 일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우리’를 전제했지만, 정작 바쁜 일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의 과업이 분배되어 있기에, 우리가 충분히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던 셈이다. 코로나로 당장 진행할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사라졌지만 잘못 설정했던 나의 전제를 되짚어보게 된다.


오늘은 서울에서 사업하는 친한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유치원에서 체육교육을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직원도 8명 남짓했고 꽤 잘나가는 청년 사업가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모든 유치원의 개원이 ‘무기한’ 연기되어 당장의 생계가 어려워졌단다. ‘무기’한이란 단어에 담긴 ‘무기’력함. 언제 끝날지 모를 고난은 가장 앞서 희망의 의지를 앗아간다. 코로나는 생명을 위협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일의 생계도 위협한다. 지난 두 달은 생명의 공포였지만 앞으로 감당해야 할 건 생계의 공포다. 실질적인 공포 앞에 나는 무슨 실험을 해야 할까.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설계할 내용이 이런 고통 앞에서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고민이 앞선다.


동생은 씩씩하게 웃으며 대리운전을 시작할거라 했다. 여윳돈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나의 삶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관계를 트고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 대가로 적당한 보수가 책정되는데 만남이 중단되니 모든 것이 올 스톱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향해 많은 독서모임과 취향모임이 생겨났지만 한 번의 흔들림으로 체스판 위에 서있던 모든 말이 쓰러졌다. 금지된 건 오직 하나, 가까운 거리에서의 밀접한 대화이지만 그 안엔 수많은 가능성과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커뮤니티는 서로에게 낯섬을 전달한다. 미지의 사람을 만나 미지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렇게 마주한 ‘다름’으로 나의 세상이 넓어지는 것이다. ‘미지’란 단어의 함의는 설렘이었다. 하지만 이제 타인은 바이러스를 전하는 매개가 되어버렸다. 어디서 누굴 만나 무얼 했는지 모르는 미지는 두려움으로 변형되었고 서로를 새롭게 설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끊임없는 변형으로 돌연변이를 생성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의 무엇을 변형시키는지 살펴야 한다. 코로나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커뮤니티를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오긴 힘들 것이다. 커뮤니티를 찾던 사람이 내일의 삶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고 우리도 불안정한 미래를 위해 어떤 방도든 찾아야 한다.


생계와 일상이란 거대한 주제 앞에 커뮤니티는 한없이 작아 보이지만 무엇보다 되돌려야 하는 건 타인에 대한 신뢰, 상호성과 연결이 담는 기쁨이다. 코로나를 통과하며 어떤 식으로든 상처가 남을 우리다. 나는 나의 자리에서 해낼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나의 지난 전제가 오류였음을 발견했던 것처럼 이번 시기를 통과하며 무엇이든 건져내야만 한다. 다시 커뮤니티가 시작될 때 나의 전제가 아닌 당신이 필요로 대화가 시작되기를.


부디 우리 모두가 이번 아픔을 무사히 통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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