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엔 실수가 필요하다

고민이 치열할수록 성장의 농도는 짙어진다

by 호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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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곡워크숍 Make.My.Music(이하 메마뮤)은 2019년 여름과 2019년 겨울, 각각 5회와 8회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었다. 1기엔 6명이, 2기엔 12명이 커뮤니티를 이루었고 함께 한 시간을 통해 총 16개의 자작곡이 탄생하였다. 메마뮤는 음악을 전공한 전문 강사로부터 작곡 지식과 전문성을 전달받는 아카데미형 프로그램이 아니다. 한 명의 전문가가 아닌 개성 있는 커뮤니티 구성원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가 굴절되는 것. 타인의 아이디어에 각자의 색깔을 묻혀가며 독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던 공동의 창작 활동이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첫 만남에 건넨 질문이다. 아직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할 때 취향이 담긴 노래와 사연의 고백은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알게 했다. 낯선 타인이기에 꺼낼 수 있는 내밀한 이야기가 있다. 커뮤니티로 만난 사람은 ‘완벽하면서 완전한 타인’이다.


내일 이어갈 나의 일상과 전혀 엮이지 않는 사람을 ‘완벽한 타인’이라 한다. ‘아니야. 별일 없어. 괜찮아.’ 애써 이런 말을 하지 않고 혹여 괜찮지 않은 나로 만나도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갖지 않는 사람을 ‘완전한 타인’이라고 한다. 우리는 같은 취향과 목적을 가졌지만 서로 중첩되는 일상이 없기에 솔직하면서도 깔끔할 수 있는 타인의 새로운 영역을 넘나들었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기뻤던 건 나의 하루를 온전히 공유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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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엔 실수가 필요하다’


메마뮤 2기를 진행한 건 기획자 눈썹과 새로운 튜터 ‘바코’였다. 바코는 광안리 인근에서 ‘라움 프라다 바코’라는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분이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프로그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동시에 적당한 주도권과 역할의 재조정을 둔 묘한 긴장의 시작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 같은 지역에서 같은 컨셉으로 운영되는 이웃 공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잠시 나의 지난 경험을 떠올려보았다.


2016년, 부산의 여러 청년단체와 함께 청년을 위한 공유 공간을 운영했었다. 많은 것이 여의치 않았지만, 단체별 분담금을 나눠가며 무던히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시도와 의미를 찾던 작은 커뮤니티였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지만 정작 우리가 무너진 건 거센 외부환경 때문이 아니었다. ‘비밀기지’라 불렸던 커뮤니티는 서로를 향한 내부의 ‘경쟁심’에서 분열의 씨앗이 뿌려졌다. 누가 대표성을 띨 것인지에 대한 소모적인 경쟁, 누구의 프로그램이 더 주목받는지에 대한 암묵적인 견제와 시선. 그때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건 지역 청년을 위한 광범위한 커뮤니티였지만 매일 얼굴을 맞대며 고민했던 우리는 한 번도 하나의 커뮤니티로 뭉쳐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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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엔 실수가 필요하다. 어렸던 지난 실수가 새로운 커뮤니티가 취해야 할 방향을 잡아준다. 이 작은 곳에서의 경쟁은 어느 것도 지켜내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돈을 두고 싸우는 경쟁업체 혹은 사람들에게 더 큰 이슈를 끌어야 할 경쟁 공간. 지난 실수는 의미 있는 도전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상대보다 내가 머무는 공간의 한계를 먼저 우려하고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같은 지역 문화공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의 동쪽 외딴 해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건 특정 공간에 대한 기대보다 광안리라는 넓은 지역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효과적이다. 중요한 건 지역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나의 히트 카페가 있는 것보다 카페거리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고, 멋진 오션뷰를 자랑하는 카페 하나보다 해안도로를 따라 형성된 카페의 다양함이 보다 많은 사람을 찾아오게 만든다. 우리가 지켜야 할 건 공간의 독특함이자 사람의 ‘다양한 취향을 함께 채울 수 있는’ 개성 있는 동료들이다.


커뮤니티는 이렇게 시행착오를 통해 연마된다. 메마뮤 또한 워크숍 내내 메마뮤 1기 참여자분들이 가슴에 남는다. 실험과 보완이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던 어설픈 프로그램이었고 후기와 앞선 경험이 없던 불안한 프로그램임에도 호기심과 용기로 시간을 내어주신 분들. 하나의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초심자의 실수가 존재하고 그 실수를 동행 했던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1기의 생생한 현장 사진과 참여자 후기, 매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듬었던 글들이 커뮤니티의 온도와 분위기를 설정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행착오만큼 큰 배움은 없다. 1기를 통해 다듬어진 커리큘럼, 사진 속 함께 짓는 미소가 이어지는 프로그램의 안전함을 높여주는 모멘텀으로 작동한다.


고민의 시간과 좋은 결과가 비례하진 않지만, 고민이 치열할수록 성장의 농도는 짙어진다. 완전한 커뮤니티를 위해선 앞선 실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나온 실수를 부지런히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실수를 담담히 말할 수 있는 사람. 커뮤니티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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