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숙소 이야기
두 달 가까이 아이를 데리고 북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에어비앤비와 호스텔부터 5성급 호텔까지 정말이지 다양한 숙소를 이용했다. 호텔은 어느 나라를 가든 기본적으로 비슷한 구성이긴 하지만, 이번엔 그중에서도 북유럽 호텔만의 특이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뛰어난 퀄리티의 조명과 가구
북유럽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인테리어 디자인인 만큼, 북유럽 호텔에서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가구와 조명의 멋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값비싼 호텔일수록 룸 인테리어 수준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겠지만, 굳이 최고급 룸을 갖춘 럭셔리 호텔이 아닌 일반 호텔에서 머물더라도 로비나 조식 뷔페 레스토랑 등 건물 곳곳에 세심하게 신경 쓴 인테리어 포인트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저렴한 호스텔 또한 기본적으로 이케아 제품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화이트 톤의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참고로 룸이든 식당이든 조도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북유럽 가정집의 인테리어를 엿보는 즐거움도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집꾸미기에 진심인 스칸디나비안 집주인의 개성과 취향이 드러나는 조명과 가구는 물론이고, 자그마한 장식품 하나하나에서도 북유럽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2. 청어 절임
북유럽 호텔 조식 뷔페에서는 소금에 절인 청어가 빠지지 않는다. 치즈나 빵, 과일, 햄, 샐러드 등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조식 메뉴들 사이에 느닷없이 눈앞에 청어 절임이 훅 들어오는 일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평소 홍어를 즐겨 먹는다면 청어 절임이 의외로 맛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두어 번 먹어보려고 노력했지만 한 덩이를 끝까지 다 먹지 못했다. 시큼한 맛은 그럭저럭 견딜 만했지만 내 입맛엔 좀 달았다.
북유럽 호텔에서는 청어 절임 말고도 돼지 간과 돼지기름으로 만든 스프레드인 레베르포스테이(Liver pâté)를 맛볼 수 있다. 프랑스의 파테와 비슷한 것으로 빵에다 버터처럼 발라먹는데, 돼지 냄새가 강해서 역시 호기심에 가져왔다가 남기고 말았다. 주로 덴마크 호텔에서 많이 먹을 수 있고 스웨덴 호텔에서도 종종 맛볼 수 있다.
사실 조식 뷔페 메뉴는 북유럽이라고 해도 나라마다 특징이 조금씩 달라서 스웨덴에서는 미트볼을 많이 먹을 수 있고, 핀란드에서는 연어나 타이어 모양의 전통 호밀빵을 많이 먹을 수 있는 등 북유럽 전체의 특징이 '이거다'라고 한데 묶기는 다소 어렵다. 그래도 청어 절임만큼은 북유럽 호텔을 대표할 수 있는 조식 메뉴라고 할 수 있겠다.
3. 마실 물 무한 제공!
마실 물이 무한 제공된다고 하니 무료 생수 서비스가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생수 얘기가 아니라 수돗물 얘기다. 북유럽은 수돗물이 깨끗하다고 알려져서 호텔 화장실 물을 그냥 받아다 마신다. 처음에 우리 부부는 어린아이도 있고 해서 호텔 스태프를 비롯한 많은 북유럽 사람들이 ‘생수 사 먹지 말고 수돗물 그냥 마셔라’라고 조언을 해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마트에서 생수를 사다 마셨다.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생수는 대부분 탄산이 첨가된 것이 많고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여행이 익숙해지자 자연스레 숙소 화장실이나 싱크대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 북유럽 수돗물은 약품 냄새가 나지 않고 생수와 맛이 똑같다. 두 달간 수돗물을 열심히 마시고 다니면서도 별 탈이 없었던 걸 보면 확실히 깨끗한 듯하다.
4. 오옷~ 옷걸이가 많다
북유럽 사람들은 일 년의 반 이상 추운 날씨 탓에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게 습관이 돼 있다. 우리나라처럼 얇은 긴소매 옷 하나만 걸치고 두꺼운 롱패딩을 걸쳐 입는 스타일은 잘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호텔들에는 유난히 옷걸이가 많이 구비돼 있었다. ‘옷걸이가 많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는 사실이 사소하고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아이와 함께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니 북유럽 숙소에 옷걸이가 많은 게 내겐 큰 장점이었다. 입었던 옷을 걸거나 간단히 손빨래를 한 다음 숙소에서 말리기 위해서 옷걸이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평소 해외여행 때마다 얇은 플라스틱 옷걸이(심지어는 빨랫줄도 가지고 다닌다)를 기본으로 가지고 다녔는데, 북유럽 숙소에서는 가져온 옷걸이나 빨랫줄을 꺼낼 일이 별로 없었다.
1. 에어컨이 없다
일 년에 두 달 정도만 더위가 찾아오는 북유럽에서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호텔이 많다. 선풍기가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과거엔 에어컨이 없는 게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엔 기후변화로 북유럽도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하는 때가 있어서 에어컨이 점점 필요한 나라가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여름에 북유럽을 여행할 예정인데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면 호텔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보길 권한다. 에어컨이 없는 대신 단열이 잘돼 있고 난방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2. 냉장고는 필수가 아니다
북유럽 호텔에서는 객실에 냉장고가 없는 게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웬만한 호텔이라면 냉장고가 다 있긴 하지만 간혹 규모가 큰 곳인데도 없어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다행히 한여름에도 그리 무덥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이 상할 염려가 별로 없고 시원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불편할 수 있으므로 예약 전에 냉장고가 갖춰져 있는지 체크하는 게 좋다.
3. 일회용 어메니티가 없다
최근 우리나라 호텔들의 추세도 그렇지만, 북유럽 호텔들은 환경을 고려해서 룸에 칫솔이나 치약 같은 일회용품을 두지 않는다. 샴푸나 바디워시는 대용량 통에 리필을 채워 넣는 정도로 제공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참고로 룸에 인스턴트 커피나 차, 커피포트가 놓여 있지 않은 곳도 많은 편. 슬리퍼는 없으므로 미리 준비해가는 게 좋다.
결혼 전 친구들과 여행하거나 혼자 여행할 땐 잠자리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빨리 이동할 수 있고 경비도 아낄 수 있도록 교통이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곳을 선호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 함께 여행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숙소를 고를 때 청결도나 방음 수준, 침대와 방 크기, 욕실 상태 등 룸 컨디션이 괜찮은지를 우선한다(다음 날 공항으로 이동해야 할 땐 위치가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역 앞 호텔을 이용한다).
숙소 위치는 우범지역이거나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정도로 불편한 장소가 아닌 이상, 오히려 시내 한복판보다는 조용한 변두리 동네에 머무는 것이 가족끼리 지내기 더 좋을 때가 많다. 번화가를 벗어나면 저렴한 가격에 룸 컨디션이 좋은 곳에 머물 수 있다는 것도 선택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내가 머물렀던 북유럽 호텔들이 반드시 북유럽의 모든 숙소를 대표한다고는 볼 순 없을 것이다. 수많은 여행법이 있듯이 숙소를 고르는 취향도 저마다 기준이 다르기 마련이다. 다만 북유럽 여행 후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정리한 북유럽 숙소 선택 노하우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써봤으니 조금이나마 북유럽 여행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