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가져야 할 우리의 마음 자세
"가자. 우리에겐 J가 있다."
감귤항공 좌석에 적힌 이 문구를 보고 나는 조금 다른 의미로 극공감했다.(나는 F)
나는 천성이 워낙 계획하기 좋아하기를 좋아해서(나는 J)
대학교 시절 1박2일짜리 MT 계획도 내 담당, 친구들과의 여행도 내 담당, 내가 가는 여행뿐 아니라 남이 가는 여행까지도, 여행사 직원처럼 코스 짜주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진 어떻게 가고, 뭘 먹고, 뭘 보고, 잠은 어디서 잘지, 방문할 곳의 계절에 따라,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혹은 예산에 따라 같은 곳을 가더라도 여행의 모양새는 저마다 다른데, 나는 이리저리 테트리스 하듯이 끼워 맞춰서 스케줄을 완성하는 걸 즐겼다. 그리고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언젠가부터 여행 가이드북 작가가 되어 있었다.
이런 것도 ‘덕업일치’라고 봐야 할까?
하지만 여행에서 J의 성향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만사가 J의 계획대로 될리가 없다. 되면 오히려 이상하다. 뭔가의 사정에 의해서 반드시 어떤 부분은 막히게 마련이고,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면 그때부턴 J대신 P의 두뇌가 필요하다.
사전에 꼼꼼하게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고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현재를 즐기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빛을 발하는 순간. 그래서 나는 내가 J인 대신에 여행하는 짝꿍이 P여서 좋다.
부디 내 책을 읽고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들도
현지에서는 P의 능력을 반짝반짝 발휘하기를. 혹은 여행 동지에게 빌리기를.
아무렴 저는 여러분의 든든한 J를 맡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