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두고 간 행운

by 쓰는 사람 효주

'끄왁끄왁'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바깥에서 어린 여자가이가 소리를 지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지르는 것처럼 소리가 커 밖을 내다보니 발코니에 커다란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너였구나. 소리의 정체가' 가만히 그 손님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 이것도 우연이고 인연인데 사진 한 컷 남겨야겠단 생각이 들어 휴대폰을 가지고 왔다. 손님은 누굴 찾고 있는지 고개를 요리조리 움직이고 있었다. 카메라를 실행시키고 찍으려는데 렌즈는 새를 잘 잡지 못하고 애꿎은 방충망만 포커스 중앙에 넣었다. '방충망을 열어야 하나' 고민하며 카메라 안으로 새를 넣으려는 순간 손님은 퍼뜩 날아올랐다. ' 놓치겠어!. 지금이라도 빨리' 하는 마음의 소리를 알아챈 손은 촬영버튼을 눌렀지만, 화면 어디에도 새는 보이지 않았다. 손님은 우리 집 발코니를 날아 대각선으로 보이는 109동 필로티 위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무심히 가버릴 거면 왜 온 건지? 나만 괜히 설렜잖아. 신이 보내준 수호천사인 줄 알고 말이지. 분명히 나를 부르는 목소리였던 것 같았다. 아기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왁자지껄 떠드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같기도 했는데. 전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큰 애를 데려오는 길엔 스릴 넘치는 일들이 있었다. 갑작스레 옆차선으로 들어온 오토바이와 간발의 차이로 바뀐 신호등 같은 것. 조금 늦게 출발한 나는 마음이 조급했는지 평소보다 빠르게 운전을 했고, 몇 번의 아슬아슬한 접촉 이후론 '오늘 정신 바짝 차려야겠네'하며 운전에 집중했다. 큰애가 나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담임선생님께 진학 관련 대학 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궁금했던 일이라 이것저것 물어보며 오는 중에 좌회전 코너에서 핸들을 돌리는데 내 앞으로 다가오는 차가 보였다. 위험을 감지한 발이 빠르게 브레이크를 밟아줬고 상대차 역시 나와 같았다. 우리 둘은 간발의 차이를 남겨두고 멈춰 섰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키가 작은 나는 백밀러에 숨겨진 차량을 보지 못했다. 조심히 살피고 좌회전을 했어야 했는데, 매일 지나오는 길인 데다 늘 차량이 없던 곳이라 방심했다.


비둘기 전령이 오늘 나에게 행운 하나를 놓고 간 건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던 사고를 막아주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행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평범하고 나른한 일상을 잘 살고 있다는 건 진짜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싶다. 1년 넘게 감병생활을 해봤던 나는 세상에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몸소 체험했었다. 대학병원은 언제나 북새통이고, 고객은 넘쳐난다. 언제고 나도 그 안의 일부가 되어 고객으로서 그들의 밥줄이 되어줄 수 있겠지. 이미 시어머님은 협착증과 골절로 수술을 하셨으니, 그들의 주머니를 두둑이 해 주셨다. 당연한 건 없다. 지금의 평화로움도 건강도 가족의 안녕도. 어느 순간 아무 잘못 없이 이유 없이 이 모든 것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 삶이 이어지는데 얼마나 많은 기적이 필요한 건지. 얼마나 오랫동안 감사해야 하는 건지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