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해.
가만 보니까 그게 맞아. 나도 변했어. 몰랐는데 변했어. 아닌 줄 알았는데 변했어. 어디가? 얼마큼? 왜?라고 묻는 다면, 딱 맞는 답을 내놓진 못하겠지만 분명한 건 한 10년 전, 혹은 20년 전, 3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도 너무 달라.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작은 키, 화가 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잘 참지 못한 다는 것. 큰 틀에서 봤을 땐 그 정도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많은 것들이 변했어.
우선, 이제 예전만큼 갈비가 맛있지 않아. 뭐 먹고 싶어?라고 누가 선심 좋게 물을 때마다 싱글 웃으며 "갈비"라고 말했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혹 가족 외식 때 갈비라도 먹게 되면, 정신없이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던 내가 아니야. 이제 몇 점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소화기관의 주인이 되어 버렸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요리 갈비가 이렇게 허무하게 나에게서 떠날 줄 알았다면, 그 옛날 갈비만 보면 환장했던 시절에 좀 더 맛있게 많이 먹을걸 돈 아끼느라 1인분을 더 시키지 못했던 게 아쉽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람 만나는 게 예전처럼 즐겁지가 않아. 학창 시절엔 반 아이들 모두와 친하게 지냈던 나인데 말이지. 길을 가다가 같은 반 친구를 만나면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네었던 사람이 나이고, 등교 후 교실문을 열고 내 자리에 앉기까지 거쳐야 했던 다른 친구들에게 일일이 안녕, 안녕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던 나는 또 어디로 가버렸을까? 누가 만나자고 해도 귀찮아지고, 너무 오랜 시간 만난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약속이라도 잡아볼까 싶으면,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게 된 거야. 그럴 바엔 그냥 집에 빨리 가서 차나 한잔 하며 유튭을 보거나 책을 읽는 게 낫다는 약삭빠른 계산이 튀어나와. 미루고 미뤘던 약속이라 어쩔 수 없이 나갔다가도 두 시간이 넘어가면 집에 돌아와 힘든 일을 끝내고 온 사람처럼 졸음이 쏟아지고 피곤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거지.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늘 사람을 찾고 사람을 가까이하고 사람을 필요로 했던 나인데 말이야.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누군가를 찾아 수다를 떨어야 했던 나도 변했어. 이젠 그냥 가만히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긴 호흡의 책을 읽는 데 집중하거나 아니면 일기장 같은 수첩에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글을 쓰는 걸로 시간을 보내. 더 속상할 때는 좀 자극적인 영상을 보거나 슬픈 걸 찾아보며 한껏 울어버리면 괜찮아지더라고. 아이들이 친구는 안 만나고 늘 온라인에서만 고독을 해소하려고 할 때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나도 디지털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나 봐.
사실 나는 변하고 싶었어. 나불데고 까부는 장난꾸러기 같은 사람 말고 좀 조용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말이야. 얌전한 친구들이 그래서 좋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을 따라 하고 싶었지. 아마도 나는 계속 나를 눌러왔을지도 몰라. 아니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노력해 왔거나. 2년 전에 시작해 올여름에 끝난 방통대 공부에서 성적 우수상을 받았으니, 학창 시절에 누리지 못했던 모범생의 삶을 오십에서야 이룬 샘이지. 나는 좀 더 잘 쓰는 사람이고 싶어. 마음속에 가득 찬 이 답답함이 글이 되어 내가 읽기도 당신이 읽기에도 좋은 그런 글 말이야.
변해. 다 변해. 수목원도 늘 똑같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나무들이 자라거든, 꽃도 자라고 그 안에 기거하는 생명들도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데 변하지 않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변해서 싫으냐고? 예전 같았으면 싫다고 난리를 쳤을 거야. 나는 늘 영원한 게 좋았어. 내 주위 사람들이 변하면 그게 그렇게 싫고 미웠어. 나를 다르게 대하거나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이 아니거나. 내가 모르는 애와 친해지는 친구마저도 미워했지. 어떻게 사람이 변해?라는 말을 하며 혼자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단 말이지. 그런데 변해서 좋다는 걸 이젠 알아. 변해야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근데 잘 변해야 해. 그것도 중요해. 스스로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 그걸 잘 해내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야겠지? 어려운 일이야. 나란 사람을 알아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려. 근데 그래서 인생이 생겨난 건 아닐까? 알아내기 위해 배우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변하기 위해
내가 변했다는 게 좋네.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야. 계속 변하고 싶어. 그래서 마침내 내가 그리던 사람이 되고 싶어. 글과 책이 나를 그런 사람의 길로 안내해 줄 거라 믿어 볼게. 나는 오래도록 읽고 쓰는 사람이 될 거야. 책상에 앉아 다른 건 다 잊고 읽고 쓰는 사람이 되는 것. 그걸 해낸다면 괜찮은 인생일 것 같아. 이룬 게 적고 돈이 많지 않더라도 말이지. 만약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여 준다면? 또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괜찮은 인생에서 행복한 인생이 될 수도 있겠지. 물론 괜찮은 인생으로도 얼마든지 만족이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