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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철학자 Sep 24. 2022

말싸움의 기술

3. 개념 공격

아는 척에 대한 반격     


  헝가리 태생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이클 폴라니는 세상의 지식을 ‘표시지’와 ‘암묵지’로 구분했다. 표시지는 우리가 말로 표현하기 용이한 지식을 말하고, 암묵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행동을 통해 학습된 지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자전거를 타는 법에 대해 말로 설명해보라면 꽤나 곤혹스러울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대화 안에 수많은 개념들을 사용하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을 활용하여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개념 공격’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A : 너 요새 다이어트 열심히 하네. 


 B : 응. 식단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러고 있어.


 A : 그렇게 해도 잘 안 빠져. 요즘 그런 거 말고 키토 제닉이 대세야. 키토 제닉 알아?


 B : 저탄수 다이어트 맞나? 


 A : 응 헛고생하지 말고 너도 그거 해봐. 너 운동 아무리 해봐야 얼마 못 간다. 다이어트는 

     효율적으로 해야지. 


 B : 근데 키토 제닉에 ‘키토’가 무슨 뜻이야? 잘 몰라서 그래.   


 A  : 음... 그게...      


 살면서 흔히 마주하는 불쾌감을 끼치는 사람 유형 중에는 아는 척하기를 좋아하며 습관적으로 상대를 깔보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며 상대의 우위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이 아는 척하며 장황하게 늘어놓는 궤변 중에는 몇 가지 모호한 개념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집중 공략하여 설명을 요구해보자. 그들은 높은 확률로 당황하며 말을 잃게 될 것이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공격성을 지우고 정말 궁금하다는 투로 질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순진한 호기심에 사회인들은 본능적으로 대답할 의무감을 느끼고 그 의도가 투명하다고 착각하게 된다면 반격의 명분 또한 잃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적절한 개념 공격은 잃을 것이 없으면서 얻을 것은 있는 공격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 상대가 의외로 개념 공격에 잘 대응해 소상히 자신이 아는 것을 명확히 전달한다면 그저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짓궂은 친구가 내가 퇴근 후 장편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롱하듯 놀리는 투로 “야 – 그러다 조만간 부커상 타겠어.”라고 말했다. 훅 불쾌감이 든 나는 이에 간단하게 “혹시 올해 부커상 누가 받은 지 알아?”라고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커상이 문학상이라는 사 실 만 알뿐 그 상의 히스토리나 수상자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점을 노린 질문이었다. 친구는 순간 당황하고 말을 잃고 말았다. 반대로 의외로 친구가 부커상에 대해 소상히 알려준다면 또 어떤가. 나는 그저 경청하면 된다. 정말이지 나는 당시 공격의 의도를 숨기고 담백하게 물어보았다. 덤으로 나 역시도 올해 부커상 수상자가 누구인지 모르기도 했다.   

       

 개념 공격은 의외로 요긴하게 쓰일 때가 많다. 만약 친구가 올해 미 대선에 트럼프가 무조건 당선될 것이라며 연설을 늘어놓을 때 대선 일자를 묻는다거나, 선거인단 선발 절차를 묻는 식으로 빈틈을 공략할 수 있다. 공격성의 가장 큰 장점은 이처럼 공격성을 내비치지 않고도 상대를 당황시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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