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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철학자 Sep 25. 2022

말싸움의 기술

6. 설계하기

 말싸움의 주제는 무한대로 다양하지만 그 맥락은 대게 두 가지 정도에서 그친다. 첫 번째는 누구의 생각이 옳은가이고 두 번째는 누구의 말이 사실인 가이다. 즉 옳고 그름 혹은 사실관계를 두고 우리는 다투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우리들은 옳고 그름에 대해 대략적으로 합의된 견해를 갖고 있다. 도둑질과 욕설은 누구나 나쁘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서로의 옳음을 주장하며 싸우게 되는 영역은 합의되지 않는 자그마한 영토이다. 옳고 그름을 딱 잘라 말하기 힘든 부분에 있어 우리는 다수의 생각을 빌린다. 무리 내에서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옳음’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싸움 이전에 최대한 아군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옳음이란 유동적이고 다수의 입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말싸움의 성패는 바로 준비에서 결정된다. 말싸움이나 토론의 주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여 사실관계를 명확하고 인지하고 있거나 혹은 이미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아군을 확보해놓은 사람을 순간의 순발력으로 이기기란 정말로 쉽지 않다. 그렇기에 자신의 말싸움의 예상 관중을 미리 포섭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보자. 예를 들어 철수에게 미리 다가가 계모임의 회비를 인상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리 물어보는 것이다. 나의 책략을 알지 못하는 철수는 나의 순수한 물음에 성심껏 대답을 해줄 것이고 철수 또한 나와 같이 회비 인상에 대해 반대 의사를 갖고 있다면 우리는 아군을 한 명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아군을 늘려놓은 다음 철수와 영희 등 아군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말싸움의 시동을 걸고 그 자리에서 철수와 영희에게 의견을 재차 확인하거나 다수결을 통한 합의 방식을 제안한다면 우리의 승률은 비약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그렇기에 미리 자신의 입으로 발설한 입장을 껄끄럽더라도 되도록 고수하고자 할 것이다. 이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중요한 말싸움에는 미리 상대의 과오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거나 상대가 쉽게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던지기 위해 사전에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말싸움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치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를 통한 빠른 승리는 당사자 간의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기에 오히려 관계 유지에 있어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 쉽사리 승리하지 못해 갈등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상대는 방어막을 두껍게 두르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더더욱 언성을 높일 것이다.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번개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확실한 공격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어차피 벌어질 싸움이라면 말이다. 기억하자. 어차피 벌어질 말싸움이라면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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