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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철학자 Sep 26. 2022

사랑의 기술

열 번 찍지 말자

 현대 시대에 있어 가장 틀린 사랑의 격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를 뽑고 싶다. 솔직한 현대의 사람들은 결코 좋아하는 상대를 열 번 찍게 놔두지 않는다. 당신이 계속 찍도록 애를 태우는 상대라면 90%가 넘는 확률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좋다. 일관성과 투명성은 명백히 우수한 자질이니까. 그럼에도 당신 나름대로의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면 되지 그 일관성을 티 내거나 어필하는 순간 그 우수함은 색을 잃게 된다. 


 사랑이란 본디 감정적 투자를 유발하는 싸움이다. 사람은 그 확증편향으로 인해 누구나 자신이 직접 택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매몰되고 매달리는 성향이 있다. 그렇기에 사랑받고자 한다면 자신 나름대로의 우수함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올려야 하지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하면 상대는 이내 흥미를 잃고 돌아서고 만다. 사람들은 자신의 안목을 믿고 선택의 논리를 부여하고 뜸 들여 선택하는 그 과정에서 쾌락을 느끼는 존재이다.


 사랑에 실패하는 다양한 유형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표현 과잉'이다. 표현이 너무 과하고 빈번하면 상대는 기대의 재미를 잃게 된다. 사랑받고자 한다면 기대하게 하고, 유추하게 하고, 상상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 템포를 늦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상대를 상상하고 유추하고 해석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랑의 농도는 짙어진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에 대해 전혀 상상하고 유추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때는 매몰차게 돌아서자. 그 시간에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내가 가진 육체적, 사회적, 정서적 매력에 따라 만나는 사람은 달라진다. 사람은 누구나 우수한 것에 끌리기 때문이다. 선택받지 않았다면 낙심하지 않고 자신을 가꾼다면 이내 사랑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기억하자 과잉된 진심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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