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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철학자 Sep 28. 2022

당신의 압생트는?


 녹색의 악마라고 불리는 술이 있다. 그 이름은 압생트로 스위스에서 유래한 술로 향쑥을 말려 부숴놓은 뒤 이를 증류하여 만들어진다. 서른 중반의 반 고흐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파리를 접수했던 것은 바로 압생트(Absinthe)였다. 이 녹색의 악마는 잠깐의 강렬한 환각을 유발하는데 이로 인해 파리의 화가들은 매일 같이 압생트를 마셔댔다. 반 고흐도 이 압생트의 매력에 매료되어 압생트와 함께 살아갔다. 압생트의 원료인 향쑥에는 산토닌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산토닌은 과다복용 시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을 유발한다고 전해진다. 이쯤 되면 밑의 그림 '해바라기(1888)'의 샛노란색이 왜 이리 강렬해 보이는지 알 것이다. 


해바라기 (1888)


 압생트의 강력한 환각 작용은 고흐의 뇌를 좀 먹었고 환청과 정신 착란을 유도했다. 그러나 신기한 일은 고흐가 압생트에 중독되고 나서야 자신만의 색채를 찾았다는 사실이다. '별이 빛나는 밤', '붓꽃' 등의 그림에서 어지럽게 일렁이는 그림들은 고흐가 세상의 보는 시선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고흐가 압생트에 중독된 것은 비극적인 일이었을까 아니면 축복이었을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흐가 압생트에 중독된 일은 비극이나 그럼에도 그가 붓을 놓지 않은 것은 축복이다. 


반 고흐 '압생트' 1887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정말로 정교한 비극과 마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 비극을 찬란한 클라이맥스를 위한 서막으로 활용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비극에 빠져 생의 의지를 잃는다. 단언컨대 비극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연주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그들은 인생이라는 악기의 연주를 멈추지 않으며 삶의 모든 장면을 의미 있게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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