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댓글을 쌓아 사람을 죽이는 지경에 이른 걸까요?

읽어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부탁 (for web)

by Homo Growthcus

지금 보고 계시는 매거진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의 글들은, <먹기만했는데 10KG 빠졌습니다>와는 연결점이 없음을 밝힙니다.


2고를 시작하기 전, 한국사회 인터넷 문화 (정확히는 댓글문화)에 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그 내용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선 이런 글을 쓰게 된 배경으로 시작하겠습니다.






K-버터는 믿지 마세요 라는 글을 썼습니다. 댓글이 이례적으로 많이 달렸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링크 타고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댓글을 보며, 댓글 뒤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많이 이상했습니다.


이 시기는 '유튜브 뒷광고'와 '가짜사나이 가학성 논란'이 한창 뜨거웠을 때입니다.


뒷광고를 받았다고 인정하고 성의있는 사과영상을 올린 한 유튜버의 안색을 보며, 거기에 달린 댓글반응을 보며 '저러다 저사람 자살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활동중지도 없고 무성의한 사과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없었는지 [뻔뻔하네 ㅉㅉ] 정도를 마지막으로 그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걸 보고 있노라니, 성의있게 사과한 사람이 멍청하게 느껴져서 '역시 뻔뻔하게 굴어야 하는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어떤 교훈으로 학습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어서.. 가짜사나이 교관 출연자의 아내분이 유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어두워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건지..


고발되어 법적조치 당할 정도의 특별히 심한 악플을 단 사람들에게만 그 책임이 있는걸까요? 멀미가 나는 듯 혼란스러웠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댓글을 쌓아


사람을 죽이는 지경에

이른 걸까요?


패드립 쌍욕 하나 없는, 심하지 않은 악플 단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나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점잖게 한마디 했을 뿐이야. 쌍욕 패드립 하는 인간들이 문제지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제가 재수하게 되었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렸을 때가 생각납니다. 할머니는 "염병하네." 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저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워딩은 욕이지만 그 말 안에 저주/냉소/비난의 속성이 전혀 묻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그 말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요즘같이 모욕죄가 일상이 된 시대에, 문제될 표현 하나도 안 쓰면서 사람을 피말리게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언어는 온화하고 말씨는 부드러워도 온기하나 담기지 않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모두에게 이런 능력(?)이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악의를 듬뿍 담은 사람은 어떤 종류의 파장을 뿜어냅니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아빠가 싸우고 있는 건 아닌데 공기가 냉랭한 것 같은 분위기. 다들 한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다시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댓글을 쌓아 사람을 죽이는 지경에 이른 걸까요?


패드립 쌍욕 하나 안 섞고도


'넌 죽어도 싸', '넌 절대로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면 안돼',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라는 에너지를 짧은 글에 담아 내던지는 흐름. 어쩌다 이렇게 짙어진 걸까요?



제 댓글란은 당사자 혹은 주변인들이 죽음에 이르는 사례에 비하면 아주 아주 약한 강도였습니다만, 저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유튜브였다면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릅니다. 원래 그런 곳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저에게 브런치는 뭐랄까, 청정구역같은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몇년 전에 브런치에 한창 글 쓸때는 이렇지 않았었거든요. 달리는 댓글은 대부분 좋은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최소한 뉴스란 댓글처럼 아무말이나 찍 던지고 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 인식이었기에

"브런치, 너마저도!?" (feat.카이사르)

같은 마음이 든 것이죠.


유튜버 뒷광고 논란, 가짜사나이 가학성 논란이 잠잠해진 후에도 이 주제는 저를 한동안 사로잡았습니다.


카카오톡 뉴스 댓글란, 네이버 댓글란, 유튜브 댓글란을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더러워서 묻을까봐 안 쳐다보는 편이었는데,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보기로 결심한 겁니다.






세세하게 캡쳐본을 가져오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거나 눌러서 댓글란을 보면 사례는 넘쳐납니다.


한마디로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댓글로 사람죽이는 문화가 마치 놀이처럼 굳어진 것만 같았습니다. 잔혹한 놀이죠.


목표가 된 사람을 몰아붙인다는 속성.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를 죽여 살려 하는 콜로세움 속 군중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단이 바뀌었을 뿐.


이런 것을 지적하면 씹선비질한다고 몰아가기도 참 쉬워보였습니다. 동조하는 사람들이 대댓글로 러시합니다.






'독설'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독 독 + 혀 설 = 독을 뱉는 혀.


네이버 사전 풀이를 볼까요?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말.


글 = 말입니다.

댓글 = 짧은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댓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달고 있는 2021년입니다.


어떤 사람을 묶어놓고 그 앞을 지나가면서 침뱉고 때리며 더럽히는 것을 집단 린치라고 합니다. (원래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이런 행태는 아닙니다만, 일단 한국에서는 그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다구리라고도 하죠.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만명이 꿀밤 한 대씩 때리면 맞은 사람은 죽습니다. 나는 딱 한대 때렸어도 1/10000큼 가담한 것입니다.



이런 문제. 연예인들만 겪던 것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유튜버는 당연하고 브런치 작가 중에서도 저만 겪은 일이 아니었나봅니다.


제가 논란이 된 글을 쓰기 몇일 전, 브런치팀은 공지사항을 통해 [댓글막기 기능, 차단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조: 작가님의 건강한 창작 활동을 응원합니다)


크리에이터들이 무분별한 악플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도록 장치를 제공한 것입니다.


이런 배경 하에, 저는 글을 쓰고 일어나는 소통과정에서 몇가지 원칙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에게는 원칙이지만,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부탁드리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여기서는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같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댓글을 쌓아 사람을 죽이는 지경에 이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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