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 아니 줄여버리겠다!
* 신상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각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 씨. 여기가 창고야? 사무실이야?"
벌써 꽤 흐른 일이다. 당시 일하던 곳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실이 따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비정규직이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회의가 있었다. 집과 직장은 꽤 거리가 있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선 매주 금요일 밤에 이동해야 했다.
‘띠리링’
사무실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하, 또 이쪽에 다 짱박아놨나...’
초능력, 아니 쪼능력일까? 알 수 없는 능력이 생겼다. 방 청소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내가 일할 땐 정리 정돈을 잘하는 프로 정돈러가 된다. 이게 다 창고인지 사무실인지 모르는 거기서 일했기 때문이겠지.
"주인, 없어요? 다 버립니다?"
지난 주말, 새롭게 옮긴 직장에선 대청소를 했다. 모두 이리저리 다니며 버릴 것들을 들어낸다. 구석구석 쓸고 또 닦는다.
‘이쪽 사무실은 도와 드릴 것 없냐’ 물으시기에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 물건들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청소가 끝났다. 모두 돌아갔다. 혼자 남았다. 일이 있으니까. 마지막 업무를 마쳤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제 주인을 찾아간 물건들이 꽤 된다.
수요일, 미리 해야 하는 것들을 다 끝내 놨으니 저번에 하지 못한 일을 하기로 한다.
시뻘건 목장갑을 끼고 물건들을 끌어낸다. 빨간 끈으로 꽉 맨다. 커다란 박스에 밀어 넣고 테이프로 밀봉을 한다. 미련 없이 다 보내버린다.
"와, 사무실에 타노스가 살았네!"
사무실에 들어온 옆 부서 대리는 감탄을 한다. 타노스란다.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니 사무실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반으로 죽... 아니 줄인 내가 타노스가 아니면 뭐겠냐며 웃는다.
"타노스, 타노스라..."
괜히 웃음이 나온다. 기분이 좋다. 우리 사무실이 깔끔하다면 백번, 만 번이라도 황금빛 인피니티 건틀릿 대신 시뻘건 목장갑을 끼고 타노스가 되리라 생각한다.
어느 사무실, 거기엔 타노스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