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디엠이 왔다.
* 신상유출 방지를 위해 각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빠, 공주 오셨어요?'
'공산성 ㅎㅎ 사진이 멋지네요 형님 ㅋㅋ 잘 지내세요?'
애플 워치에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이하 디엠)가 뜬다. 학부 때 동아리를 같이 했던 공주 출신 L과 내게 외국어 하나를 배웠던 천안 출신 Y다.
어제는 월요일, 외근이 잡혔다. 아침 일찍 출발했다. 전화를 건다.
"네, 부장님. 잘 전달했습니다. 이제 점심 먹습니다."
긴장이 탁 풀린다. 요즘 통 동네를 벗어난 적이 없다. 공주까지 왔으니 근처 구경이나 하기로 한다.
‘공산성’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거리를 확인해보니 걸어서 갈 수 있다. 차는 주차장에 세워두고 핸드폰으로 경로를 검색해 공산성을 찾아간다.
성벽에 노란 깃발이 펄럭인다. 완만한 성곽길을 따라 올라간다. 저 앞에 정자가 보인다.
오랜만에 왔으니 사진을 안 찍을 수 없다. 요즘 안 하던 짓을 해본다. ‘나 여기 왔소’ 하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근황을 알린다.
L과 Y는 내가 올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고 디엠을 한 거다. 우리 모두 일을 하는 날이었다. 당장은 볼 수 없었다. 메시지로 근황만 주고받았다.
얼굴은 보지 못했어도, 연락을 주었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따로 떨어져 살고 있지만 서로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가끔은 안 하던 짓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잘 있어요?' 묻지 않아도 ‘나 잘 있어요’ 하며 살아 있는 티를 내봐야겠다.
혹시 모르지, L과 Y가 보내준 디엠처럼 또 반가운 연락이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