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빨리 자랐지?
"어, 벌써 자를 때 됐나?"
한 달에 한번 정도 머리카락을 자른다. 부스스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하는 일이 깔끔한 용모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용실 방문할 때가 분명 2주 정도는 남았는데, 이상하다. 유독 덥수룩해진 머리, 뻗힌 옆머리를 보며 ‘퇴근하면서 미용실 들러야지’ 생각했다.
"이번 달은 머리가 빨리 자란 것 같아요."
사근사근 인사하시는 미용실 아주머니, 의자에 앉아 머리카락을 맡긴다. ‘머리카락이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했더니 아주머니는 "그러게요, 손님 오신 걸 보고 ‘왜 이렇게 빨리 오셨지’ 했는데, 머리카락이 정말 빨리 자란 것 같아요." 말한다.
"네, 오히려 이건 좋은 거죠."
‘혹시 몸에 이상이라도 생긴 건가’ 하는 걱정에 "괜찮은 건가요?" 물었다. 속으로는 ‘아, 야한 생각 많이 안 했는데’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생각을 들킨 건가? 아니면 진지한 표정이 우습기라도 했는지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말했다. 오히려 좋은 거라고, 윤기도 돌고 피부도 좋아지신 것 같다고 말이다.
"네, 요즘 열심히 일하거든요."
‘좋은 일 생기셨냐’는 말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시 일주일에 6일, 일을 하면서 내 몸이 ‘살려줘 주인 놈아’ 할 줄 알았는데, 기쁜 건 마음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잘하고 있어, 요즘 행복해.'
자주는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아, 요즘 어때?' 오늘의 나는 ‘행복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빨리 자라난 머리카락이 대신 말해 준 거다.
아 그리고 정말, 야한 생각 많이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