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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Jun 12. 2021

나의 이름은

창렬보다는 혜자가 되고 싶어요

"보자... 뭐 시킬 만한 거 없나?"


두 달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게는 처음 경험해보는 일인 데다, 하필 올해 직장 내에서 가장 큰 일이다. 해보다 일찍 출근해서 해보다 늦게 퇴근을 한다. 그렇게 일을 해도 준비할 것들은 태산이다. 시간을 아끼고 아껴본다. 결국 밥 먹는 시간까지 아끼기 위해 배달을 시키기로 한다.


   "와, 가격이 뭐 이래? 선 씨게 넘네."


   좋아하는 음식을 시키는 것도 한두 번이다. 새로운 메뉴가 필요했다. 배달 앱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도시락 가게, 맛있어 보인다. 가격을 보는 순간 입맛이 싹 달아난다. 아, 선택지가 없다. 하필 다른 가게들이 휴무 거나 배달이 안된다고 한다.


   "주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30분 정도 지났을까? ‘40-50분 정도 소요됩니다’라는 메시지 알림보다 도시락이 일찍 도착했다. 짙은 네이비색 앞치마를 두르고 정갈하게 뒤로 넘긴 희끗희끗한 머리의 사장님이 웃으며 하얀 봉지를 건넨다. ‘감사합니다’ 대꾸하며 받아 든다. 어라? 꽤 묵직하다.


   "아, 이 정도면!"


   봉지를 열어 내용물을 꺼냈다. ‘선 넘네’ 생각했던 순간을 반성했다. 분명 ‘1인분’이라는데 따로 저녁 메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양이 많았다. 나도 모르게 ‘아, 창렬인 줄 알았는데 혜자였네’ 중얼거렸다. 창렬과 혜자, 본래 연예인의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양과 질을 말하는 데 있어 ‘창렬스럽다’ ‘혜자스럽다’는 말은 퍽 보편적 표현으로 굳어졌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바빠서였다. ‘브런치에 글을 안 쓰니까 구독자가 줄어요’라며 울상을 지었던 후배 녀석이 생각났다. 나는 달랐다. 어찌 된 영문인지 구독자는 조금씩 늘었다. 가끔 글을 읽고 공감을 표시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미안했다.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쓰는 인간’은 과연 독자들에게 어떤 이름일까 생각해봤다. 브런치에서 나를 구독한 약 700명의 독자와 포스 타입의 79명은 침묵하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디 ‘쓰는 인간’이라는 이름이 글에 있어 ‘창렬스럽다’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니기를 염치없이 바란다.


   여전히 바쁘고 정신이 없다. 사실 그건 내일 마치는 프로젝트가 끝나 마찬가지일 거다. 바쁜 삶이 바뀌지 않으니 쓰지 못하는 나를 바꾸기로 했다. 써야겠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많이는  쓰더라도 여전히 써야겠다. 누군가에게 ‘쓰는 인간 창렬이 아니라 혜자로 기억될  있도록.


창렬보다는 혜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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