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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Aug 05. 2021

글쓰기가 힘들 때는 고흐를 떠올리기로 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글쓰기, 그거면 충분합니다.

글쓰기가 힘들 때는 고흐를 떠올리기로 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Facebook에 ‘~년 전의 오늘’이라는 기능이 생겼다. 몇 년 전의 포스팅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SNS를 일상과 생각 기록용으로 자주 사용하는 내게는 퍽 유용한 기능이다.


   ‘미래에서 인정받고 있는 모습을 본 반 고흐’


   3년 전 오늘 공유한 영상이란다. 아 물론, 이건 영국의 드라마 ‘닥터 후’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미술사에 있어 큰 족적을 남겼음에 틀림없지만, 그는 살아생전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가 생전 판 그림이라고는 <붉은 포도밭> 단 한 점에 불과했다. 때로는 음식을 살 돈이 없어 물감을 먹기도 했던 화가,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키워드는 그를 평생을 불운하게 살았던 예술가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닥터 후에서 그리는 고흐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시간 여행자인 닥터 후는 고흐를 작중 시간 2010년 파리로 데려간다.


   오르세 미술관에 걸린 자신의 그림과 ‘틀림없이 가장 유명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가장 사랑받는 화가일 것이라’ 말하는 큐레이터의 평가를 듣고 고흐는 눈물을 흘린다.


   ‘고흐가 살아생전 작품에 대한 찬사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나뿐만 아니라,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보는 상상이다.


   상상과 함께 가슴 한 자리에 아쉬움이 남는 건 그가 너무나 우울하고, 슬픈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정말 고흐는 늘 불행하고 우울했을까?


테오에게,


열심히 노력하다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후략)


<반 고흐, 영혼의 편지> p.44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이 편지의 내용을 보면, 그의 인생 전부가 우울과 불행에만 찌든 것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즐거웠을 터다.


   수채화 속에서 즐거움을 얻었던 사나이 빈센트 반 고흐, 그는 그림 때문에 우울했지만, 우울하지 않았고, 불행하면서 불행하지 않았다.


“글쎄, 지금은 우선 내가 행복한 게 먼저 같아. 그래야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브런치에서 함께 글을 쓰는 후배가 물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읽기 좋아하는 글’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가 그에게 답을 내려주기보다 먼저 글을 남들에게 내보이던 그가 내게 알려주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을 해야 했다.


   독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소신을 지키며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 우선은 아닐까 생각했다. 인기에 목마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나친 것이 아니라면 관심은 늘 짜릿하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남들의 입맛에 맞추어 대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난 아직 그런 경지가 아니다. 그래서 우선은 그렇게 말했다. 내가 행복한 게 먼저 아닐까 하고.


   남들의 입맛에 맞춰 내가 쓰지 못하는 영역을 기웃댈 때마다 고흐를 생각하련다. 생전 남의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아무런 인기를 끌지 못했던 그림을 통해 행복을 누렸던 그 남자를 기억하려고 한다.


   막상 이렇게 써보니 오글거린다. 그냥, 계속해서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써보련다. 어떤 할머니의 말처럼, 내가 만들어내는 장단에도 흥겨워 춤추는 사람 한 명쯤은 있을 테니까.


글쓰기가 힘들 때는 고흐를 떠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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