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구독자 1,000명 돌파에 감사하며
“아 또 떨어졌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란 듯이 한 번에 브런치 작가 심사에 붙는 경우도 보았지만, 계속되는 ‘아쉽지만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메일에 ‘내 글이 뭐가 잘못된 걸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분들이 내 주변엔 더 많았다.
쓴 글을 곱씹는 밤을 다 보내고 나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저 신기했다. 나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 내 글에 찍어주는 라이킷과 남기고 가는 댓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얼마가 지나서였을까? 다른 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보유한 구독자의 숫자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형, 500명이 뭐예요. 천명은 되어야지!”
나를 브런치에 끌어들인 범인, 일월 작가는 ‘구독자 500명이 넘으면 어떤 기분일까?’ 묻는 내게 ‘1,000명은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때만 해도 상상은커녕, 꿈도 꾸지 않았다. 내게 구독자 1,000명은 그야말로 넘사벽, 닿지 못할 아득한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독자가 1000명을 돌파했습니다!’
2021년 9월 14일, 화요일 밤 여덟 시 오십칠 분. 그러니까 어젯밤이었다. 구독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떴다.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오르는 구독자 수를 바라보며 구독자 1,000명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구독자 1,000명이 되었다.
‘1원 한 장도 못 벌지’
지인들에게 가끔 브런치 이야기를 한다. 이런 게 있는데, 구독자는 몇 명이고,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으며, 이게 다 끝나면 이런 글을 쓴다고 오직 나 혼자만 신나서 떠드는 편이다. 그러면 약속이라도 한 듯 묻는다. ‘너 그걸로 얼마 버니?’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고 그걸 글로 적어 내린다고 해서, 그런 글 한 편 쓴다고 해서, 원고료는 커녕, 누가 나를 알아봐 주지 조차 않는 게 현실이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했다. ‘글을 쓰고 대중들 앞에서 말하는 걸 업으로 삼은 네가 굳이 또 글 쓰는 일을 취미로 삼은 것이, 더 나아가서 글쓰기 플랫폼에 도전하고 글을 내놓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말하지 않았지만, 보이는 대로 공모전에 응모하고, 출판을 위해 이리저리 궁리했던 적이 있다. 왜 그렇게 집착했나 생각해보면 이유는 하나다.
정상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이렇게 애쓰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어. 멋지지 않아?’라며 내가 좋아하는 일에 합리적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싶었던 거다.
유치하게 느껴지는 영화를 보면서 열광하는, 심지어 장난감까지 수집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잔디밭에서 22명이 작은 공 하나를 차려고 애쓰는 행동에 열광한다.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매일 저녁 TV나 핸드폰, 혹은 아이패드 앞에 앉아 나오는 영상에 눈물 흘릴 만큼 몰입하기도 한다.
퇴근 시간은 아직 한 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더디 가는 시곗바늘을 자꾸만 바라보는 사람도,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행복하게 선물을 고르는 사람도 있다.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원하는 것에 시간을 쏟고 부지런한 사랑을 한다. 어느 것 하나 타인의 시선에선 이해받지 못할 것, 합리적이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남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심지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그 일에 스스로를 몰두한다.
구독자 1,000명이 넘었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인간다움에 대해 맞장구치고, 함께 이야기해주시는 여러분 앞에서 그토록 갈구했던 합리성은 버리기로 했다. 바뀐 건 없다. 지인들은 여전히 브런치에 쓰는 나를 보며 ‘돈도 되지 못하는 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며 그 시간에 좀 더 쉬라고 한다.
그들의 말이 맞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돈이 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밥도 먹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 생각을 나누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매일 먹는 밥을 더 맛있게 하고, 반복되는 삶을 생기 있게 한다.
그러니 계속해서 써야겠다. 당신의 그 무언가가 삶을 행복하게 하듯, 내게는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이 그런 일이니 말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글 쓰는 일이 내게 어떤 금전적 이익이나 명성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누군가에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혹시 그렇다고 해도 계속 이 일을 해 나갈 생각이다. 이렇게 결심한 지금 이 순간, 나는 생각한다. 이제야 글쓰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