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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Jul 26. 2021

‘혼자가 아니야’ 되새기며

함께 쓴다는 것

메일함을 자주 확인하는 편이다. 늘어나는 숫자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중요한 소식이 종종 메일로 도착하기 때문이다. 며칠  메일함을 확인하니 중요한 메일이 한통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 작가님. 프리즘 편집부입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네요. 건강히  지내고 계신지요.’


   글쓰기 플랫폼 몇 군데에 글을 올리고 있다. 그중 ‘댕댕한 인문학’을 읽고 연재 제의를 해 준 북이오 프리즘에서 메일이 왔다. 북이오 프리즘은 다른 플랫폼과는 조금 다르다. 작가가 혼자 글을 쓰고 내키는 요일과 시간에 글을 올리는 대신 ‘담당 편집자’가 글을 받아 정해진 요일, 시간에 업로드한다.


   프리즘 편집부에서 보냈다는 메일을 열었다. 담당 편집자님이다. 그 주에 업로드할 글에 대한 수정 제안을 한 거다. 읽어보고는 퍽 고마웠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누군가가 내 글을 관심 있게 읽어주는 것을 넘어 함께 고민해준다는 것은 큰 힘이다.


   에디터님에게 답신을   떠오른 얼굴들이 있다. 올해 초부터 글쓰기를 함께   김 싸부와 쓰고 뱉다의 쓰뱉러들이다. 기본반부터, 심화반, 완성반까지 올해의 반을 글쓰기에 썼다. 그만큼 많이 썼다.


   업무를 위해  기능적 글쓰기 외에 따로  글을 모아보니 131개다. 적은 숫자는 아니다.  많은 숫자를 어떻게 채울  있었나 생각해보니 결국 ‘같이 쓰기였다. 단순히 숫자를 넘어 글을 쓰는 태도나 온도, 스타일,  모든  혼자 썼다면 이만큼 오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오늘 쓰고 뱉다 완성반의 쓰뱉러들과 함께 연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이 올라갈 차례다. 글을 다듬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 써야 한다. 부랴부랴 글을 쓴다. 합평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한참을 고민한다. 이럴 때는 고민보다 Go.


   ‘되게 부끄럽지만 ㅜㅜ 카페에 목차 글 올렸습니다 ㅎㅎ…. 혹시 시간 되시는 분들은 읽어보시고 코멘트 주시면  힘이   같습니다 ’


   올리길 잘했다. 조회 수가 올라가고 글동무들의 코멘트가 달린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새로 보인다.  부분을 메꾼다. 덜어 내야  것들을 정리한다. 같이 쓰지 않았다면, 계속 혼자 썼다면 상상도   일이다. 나처럼  글을, 아니 나보다  글에 진심을 보여주는 이런 사람들을  어디서 만날  있을까.


   ‘일단 쓰는 거죠 뭐, 저는 프로 초고러입니다.’


   쓰고 뱉다 완성반 수업 후반부에 글 트리오(서로 글을 합평하며 다듬어주는 3명의 동기)로 만난 작가님이 있다.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웹진을 넘나들며 글을 쓰는 그분이 참 대단해 보였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쓰세요?’ 묻자, 그는 대답했다. ‘나는 단지 프로 초고러일뿐’이라고.


    묻지 않았다. 어떻게 프로 초고러가 되었냐고 물을 필요가 없었다. 함께 쓰니 가능한 거였다. 마음을  내려가는  순간을 알아봐 주고 함께 쓰는 동료가 있기에 꾸준히 초고를  내려가는 ‘프로 초고러   있었던 거겠지.


   그의 모습을 존경하고 동경하는 것을 넘어 나도 되어보기로 했다. 그와 같은 프로 초고러 말이다. ‘일단 쓰세요, 그리고서 같이 고치면 됩니다


   글을 쓰기 어려울 때, 쓰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 또랑또랑한 그 목소리를 기억하려 한다. 혼자가 아님을 되새기려 한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일단 쓰는 것부터 시작하자. 프로 초고러가 되자. 나에겐 함께 쓰는 동료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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