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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Oct 28. 2021

꾸준하고 따스한

탕파전

탕파(湯婆 더운물을 넣어서 몸을 덥게 하는 함석이나 자기로 만든 그릇)는 온주(탕파의 따뜻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출신이다.


   그의 집안은 요임금 때부터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탕파는 욕심 없이 소박한 이라, 누구나 부르면 사양치 않고 나왔으며 먼저 누군가를 선택하거나 하지는 않았더라.


   다만, 부잣집에서는 유독 탕파를 부르지 않았고, 탕파 역시 애써 거기 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탕파에게는 어려서부터 신묘한 재주가 하나 있었다. 불을 가까이하여도 타지 않는 것이라.


   이런 까닭에 그에게는 늘 온기가 돌았다. 사람들은 이런 탕파를 한편으로는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비로소 추워진 다음에서야 찾으며 가까이 두기를 바랐다.


   탕파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몰려와 온기를 바랄 때마다 거들먹대기는커녕, 오히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따뜻함을 나눠주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를 찾는 이들이 있다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눈이 쌓이고 찬바람이 무섭게 부는 날이면 사람들은 모두 탕파를 찾았다. 그가 나타나면 나타나면 그 온화한 기운에 마치 봄이라도 온 듯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사람들은 모두 탕파를 사랑하였다.


   그러다가 날이 더워지며 죽부인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탕파를 버리기 십상이었다. 날이 다시 추워질 때까지 그는 저 구석진 곳에 있어야 했다.


   이렇듯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는 그를 간절히 찾았다가, 날이 따스해지면 찬밥 취급을 했다. 한 번쯤은 서운한 티를 낼 만도 한데, 탕파는 한 번도 노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허허 웃을 뿐이었다. 이렇듯 뭇사람들 사이에서 변치 않고 도움을 주었건만, 이름이 알려지지 못하였으니, 그 따뜻함을 기리며 내가 탕파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 고용후, ‘탕파전’ -


   나는 꾸준하지 못한 사람이다. 시작은 잘했어도, 끝 마무리를 잘 못 짓는 일이 허다했고, 무언가에 갑자기 생긴 흥미는 어느 날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차갑게 식어버리곤 했다. 이런 내게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꾸준하다’ 말해주기 시작했다.


“바쁘다면서 글은 어떻게 그렇게 써요?”


   내 삶을 알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 바쁘면서 어떻게 글을 그렇게 꾸준히 쓰냐’고 묻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민망해진다. 글 스승인 김정주 작가나, 페이스북 친구인 정지우 작가에 비하면 내 글 지구력은 저 밑바닥을 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댓글이나 카톡, 전화로 또 때로는 직접 만나서 ‘글 잘 읽고 있어요.’ ‘쓰시는 글이 요즘 위로가 된답니다.’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몸 둘 바 모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언젠가는 나도 김정주 작가나, 정지우 작가처럼 엄청난 글 지구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지금의 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가진 뜨거움이나 꾸준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나만의 따스함과 아주 작은 꾸준함을 지니고 있으니까


   뜨겁진 않아도 추운 날 따스함을 내어주는 탕파처럼, 나도 온기가 묻어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눈 오는 날 잔뜩 얼어버린 두 손 정도는 녹일 수 있을 정도의, 딱 그만큼의 온도를 가진  꾸준하고 따스한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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