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의 마음
“으악! 쥐 살려! 살려주세요!”
여느 날처럼 나무 밑 그늘에 앉아 고요한 마음으로 명상을 하던 도사의 귓가에 비명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여 눈을 뜨고 사방을 살펴보니 아 글쎄, 자그마한 생쥐 한 마리를 시커먼 까마귀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채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놈아, 저리 가거라! 어찌 이리 작은 짐승을 해하려 든단 말이냐!”
도사는 벌떡 일어나 호통을 치며 까마귀를 내쫓았다. 생쥐는 연신 감사하다며 허리를 숙인다. 안타까운 마음에 도사는 생쥐를 자기가 사는 오두막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작은 생쥐에게 무엇이라도 주고픈 마음에 이리저리 살펴보니, 하얀 우유와 쌀알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또다시 쥐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몰래 들어온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을 뻔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우리 이렇게 하자...”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대로 생쥐를 그냥 두어서는 또 다른 짐승에게 해코지를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도사는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쥐를 큰 고양이로 만들어 주었다. 고양이로 변한 쥐는 사납게 짖는 개가 너무나 무서웠다. 그 모습을 본 도사는 쥐를 다시 개로 바꾸어 주었다.
생쥐가 개로 변하자, 개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지만, 이제는 사자를 보고 벌벌 떨었다. 마침내 도사는 생쥐를 사자로 만들어주었다.
‘이제는 괜찮겠지?’
도사가 생각하는 그 순간 사자를 잡으려고 사냥꾼이 나타났다. 사자가 된 쥐는 사냥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모습을 본 도사는 생쥐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대신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너의 겉모습을 바꿔놓는다 한들, 네 마음은 여전히 생쥐의 것이로구나...”
- 고대 인도 설화집 ‘히토파데샤’ 중 생쥐의 마음 -
“아, 뭐야 이거…”
길을 걷는 중이었다. 갑자기 신발 속 엄지발가락 밑에 뭔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굵은 모래알 하나가 신발에 들어간 게 분명했다.
가야 할 길은 먼데, 불편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발가락을 아무리 움직여봐도 소용없었다. 결국 잠깐 멈춰 서서 신발을 벗고 모래알을 털어낸 다음에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신발 속 모래알이 불편하면 잠깐 멈춰서 신발을 털어야 하듯, 생쥐에게 바뀌어야 했던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마음이 바뀌지 않으니 겉모습이 고양이든, 개든, 심지어 사자가 된 뒤에도 생쥐는 여전히 무서워했던 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누군가 대신 바꾸어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누가 내 신발 속 모래알을 대신 털어줄 수 없듯 아무리 신통력이 있는 도사라도 마음까지는 바꿔 줄 수 없었다는 이야기의 결론을 생각해보라. 결국 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건 남이 아니라 나다. 내 마음 바꾸는 것도 내 마음이다.
그러므로 Gavin Bird의 말처럼 만약 우리가 나 스스로에 대해 내가 느끼는 것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나 스스로가 나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