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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Jan 19. 2022

좋아야 좋은 것이다.

쥐의 신부가 된 소녀

갠지스 강변에 한 현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명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작은 쥐 한 마리가 그의 손바닥으로 ‘톡’ 하고 떨어졌다. 갑자기 이게 웬 생쥐인가 하여 둘러보니 저 앞에 보이는 큰 나무 위에 입맛을 다시는 매가 한 마리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매가 너를 놓친 게로구나.”


   현자는 강물을 둥둥 떠다니던 무화과나무 이파리를 하나 잡아채고서는 그 위에 쥐를 살포시 올려놓았다. 지금껏 고행으로 쌓은 신통력을 써서 쥐를 여자아이로 바꾸었다. 자식이 없었던 현자는 이 여자아이를 마치 딸처럼 정성껏 키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작은 소녀는 어엿한 숙녀로 성장했다. 현자는 이제 금이야 옥이야 기른 딸을 시집보낼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는 딸을 불러 놓고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를 위해서라면 태양을 불러 너의 신랑감으로 삼겠다.”


   현자의 말에 딸은 ‘나쁠 것 없다’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정말로 태양신이 찾아왔다. 깜짝 놀라 서 있는 딸을 뒤로하고 현자는 큰 소리로 태양에게 말했다.


“여기 서 있는 이 아이는 내 딸입니다. 태양이시여, 이 아이와 혼인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서 현자는 고개를 돌려 딸에게 태양이 맘에 드느냐고 물었다. 딸은 고개를 저으며, ‘너무 뜨거워서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훌륭한 신랑감을 찾아 달라고 졸랐다.


   하는 수 없이 현자는 태양에게 ‘당신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태양은 ‘구름이 나를 가리면 나는 보이지 않게 되니, 구름이 더 강하다’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현자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구름을 불러왔다.


“싫습니다! 저분은 까맣고 무뚝뚝해 보이는 걸요? 다른 분에게 시집가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딸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결국 현자는 다시 구름에게 ‘당신보다 더 강한 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구름의 말을 듣고 바람을 불러와 딸과 혼인시키려 했지만, 태양과 구름보다 더 강하고 훌륭한 바람도, 바람보다 더 강한 산도 딸의 마음에는 차지 않았다.


“아, 아버지! 저 분과 혼인하겠어요. 제 모습을 지금 빨리 바꾸어주세요!”


   이제는 또 누굴 불러와서 혼인을 청해야 할지 생각하며 현자가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굴리는 바로 그 순간, 지금껏 심드렁하게 있던 딸이 큰 소리를 내며 현자의 발아래를 가리켰다. 의아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기 새하얀 생쥐가 있는 게 아닌가?


   현자는 마지못해 마지막 신통력을 다 써서 사랑하는 딸을 생쥐로 바꿔놓아야 했다. 사랑을 속삭이며 작은 굴속으로 들어가는 생쥐 두 마리를 보며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남이 뭐라 하던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되었다.”


- 고대 인도 설화집 ‘판차탄트라’ 중 쥐의 신부가 된 소녀 -



“형, 잘 지냈어요?”


   오랜만에 대학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다. 그런데, 이 녀석.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자꾸 빙빙 도는 느낌이다. 먼저 눈치챈 내가 ‘무슨 할 이야기 있냐’고 물었다. 그제야 진짜 용건이 나온다.


“아, 사실은요 형...”


   후배는 누가 봐도 부럽고 좋아 보이는 것과,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전자를 선택하자니,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것을 잡지 못해 후회할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니, 남들이 미련하다고 생각할 것이 걸린다고 말이다.


 하고 싶은  .”


   살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온다. 어떤 선택은 눈 감고도 할 만큼 쉬운 반면, 아주 어렵고 힘든 선택도 있다. 남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과, 내가 보기에 좋은 것이 엇갈릴 때, 우리는 둘 중에 하나 고르기를 어려워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런 선택의 순간에서 어떤 사람들은 다수가 보기에 좋은 것을 고르라고 종용하곤 한다. 그것이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남이 보기에 좋은 신랑감이었던 태양이나, 구름, 바람이나 산을 선택하는 대신 작은 생쥐의 신부가 된 소녀의 이야기는 분명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남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 대신,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 그렇게 되기 위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Socrates가 말했듯 당신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나 자신의 내면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좋은 게 좋은 것 대신, 좋아야 좋은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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