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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Jan 14. 2021

사랑해요, 3000만큼.

2000+1000=?



"에? 웬일이냐, 여기 알림이 다 뜨고."



 흑과 백, 백과 흑. 바둑 아니다. 필자는 두 군데에 글을 올린다. 브런치와 포스타입. 포스타입과 브런치. 브런치는 흰색, 포스타입은 검은색. 그래서 흑과 백, 백과 흑이다.



 먼저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포스타입이었다. 심사를 받지 않아도 글을 올릴 수 있었으니까. 브런치는 그렇지 않았다. 작가 승인이 나기 전까지 포스타입에서 글을 썼다.



 비교해보면, 구독자 수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얼마 전만 해도 포스타입 구독자는 20명도 안되었다. 포스타입에서는 고정 독자인 후배가 '좋아요'를 누르는 일 아니면 알림이 잘 안 왔다. 거미줄 친 줄 알았다.



 바로 그 포스타입에 알림이 뜬 거다. ‘이상하다, 나 오늘 글 안 올렸는데’ 생각하며 까만 아이콘을 누른다. 알림이 아니고 메시지가 온 거였다. '아니, 그냥 카톡으로 글 올리라고 독촉하면 되지 굳이 메시지를 보냈어?'



 아니었다.



 ‘포스타입 에디터’



 포스타입에서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어?



 필자의 글이 포스타입 메인에 뜬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1월 한 달 동안. 안 믿겼다. 실감이 안 났다. 그런 경험이 없었으니까. 그냥 ‘사람들이 이제 좀 봐주겠네’ 생각했다. 아니었다.



 "어? 뭐가 자꾸 와?"



 업무 중에 자꾸 알림이 뜬다. 또 까만색. 포스타입 메인에 올라갔던 그 글이다. 누가 보고 '좋아요'를 눌렀다. ‘아 그렇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또 알림이 뜬다. 검은색이다. 자꾸 누가 좋다고 한다. 오늘, 일주일 지났다. 몇 명이 봤을까?



 ‘2000명’



 2명이 봐주던 포스타입인데. '200명 아니고, 2000명이 봤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인사 해야 한다. '이 인간은 내가 좋아요 눌렀는데 반응이 없어?' 심통이 난 독자 분이 계실지 모른다.



 ‘빨리 인사 글 써야지’ 생각한다. 그때 또 뭐가 왔다. 이번엔 하얀색이다. 내 브런치 친구, Lisa 작가님.



 '오, 이번엔 무슨 댓글을 달아주셨지?' 댓글 알림이 오면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님 중 한 분이다. "어? 뭐라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먹을 수가 없다. 잘못 본 줄 알았다.



 내 글을 봤단다. 작가님은 내 글을 정말 다 본다. 댓글도 달아주신다. 아니, 평소에 보던 거기 말고.딴데서 봤단다, 내 글을.



 꿈인가? ‘브런치 메인에서 작가님 글 봤어요’라는 친구님의 댓글. 먹던 햄버거를 내려놨다. 아이패드로 브런치에 들어간다. 진짜다.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이라는 문장 밑에 ‘택배야, 고마워 거기 있어 줘서.’가 있다. 택배야, 다시 한번 고맙다.



 

친구님은 조회 수가 꽤 올라갈 거라던데, 아직 큰 변화가 없다. 그럼 그렇지. ‘내 글은 아직 부족해’ 생각한다. 일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노란색 알림이 뜬다. 카톡이다.


 브런치가 선택한 글 속 후배 말고 다른 후배다. 카톡만 읽어도 힘든 마음이 보인다. 전화를 걸었다. “잘하고 있어.” 위로를 잔뜩 풀어놓으니 어느 새 집 앞이다. 전화를 끊었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데, 누를 수가 없다. 손은 도어록에 가 있다. 눈이 문제다. 스마트폰에서 안 떨어진다. '조회 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2000+1000=?



 ‘3000만큼 사랑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속 토니 스타크의 딸 모건 스타크가 아빠에게 잠들기 전 했던 말이다. 3000은 아직 어린 모건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수다. 그래서 자기가 사랑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을 아빠에게 준다. 뭐 이런 말인 거다.



 안 믿긴다. 꼬집으면 아픈데도 안 믿긴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왔구나' 생각만 한다.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여러분들 말이다.



 필자의 글을 3000만큼 읽어주신 여러분을 볼 수만 있다면 여쭤보고 싶다. "여러분, 정말 제 글 읽어주신 거죠? 그냥 눌렀다가 뒤로 가기 해서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닌 거 맞죠?"



  죄송스럽다. 예쁜 글 아닌데. 좋은 글 아닌데. 아니, 아니다. '제 글은 예뻐요' '제 글은 좋아요' '여러분의 안목은 탁월하십니다' 일일이 한분 한분께 말씀 드리고 싶다.



 아, 사실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자는 걸 늦추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아닌데. 이거 말고. '여러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거다. 요즘 많이 힘들었다. 우울했다. 다 말씀 드릴 순 없지만.



 하길 잘했다. 쓰길 잘했다.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3000, 필자가 글을 쓰며 지금까지 본 가장 큰 숫자다. 그러니까 이렇게 글을 마치련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3000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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