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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Jan 21. 2021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다.

어느 날, 친구가 죽었다.




첫차를 타야 하는 소년들은 단체로 착각이라도 한 것처럼 마지막 버스를 잡아탔다. 평소처럼 운동화에 교복 차림이었다.

    “아저씨, 친구가 죽었어요.” 거칠게 버스를 잡아 세우고 너나 할 것 없이 말하는 우리에게 아저씨는 ‘막차라 상관 없으니 주소를 말해달라’고 했다.

   얼마나 걸렸는지, 버스가 지나온 길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까만 밤이라서 그랬을까? 훌쩍 지나간 시간 탓일까?

   차라리 울고 계셨더라면. 아저씨는 보이시지도 않고, 누나와 함께 "와주어서 정말 고맙다."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꿈 같았다.

   ‘진짜 꿈이구나’ 생각했다.

   간지럼을 심하게 타는 녀석인데, 얼굴이며 팔다리, 구석구석 닦아주는 하얀 가운을 입은 아저씨의 손길에 입꼬리는커녕 눈조차 뜨지 않는 너를 보며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다. 누가 멀리 떠난다거나, 하늘을 날다 떨어지는, 펑펑 울며 깼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까만 밤, 침대에 누운 채 깨는 일은 없었다. 꿈이 아니었으니까.

   깰 수 없는 꿈이 있다. ‘눈물 흘리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때 오히려 눈물은 쏙 들어가 버린다.

   내 얼굴과 마주하고 걸었어야 했을까, 그땐 차마 너와 얼굴을 마주 할 수 없어 까만 띠가 네 머리 위로 둘린 그 액자를 들고서 맨 앞을 걸어갔다.

   울지 않았다. 누구도 울지 않았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그때, 녀석은 우리를 떠났다.

   자고 일어나 다시 이어서 꿀 수 없는 꿈같다. 목소리가 희미해진다. 얼굴도 조금씩 흐려진다. 네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날처럼 눈물이 더는 나지 않는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아니, 안녕은 사실 영원한 헤어짐이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말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그때 그 발걸음과 같은 말이었다.

   영원한 헤어짐. 다시는 볼 수 없는, 사진으로만 보이는 액자 속 너를 애써 앞으로 돌리고 담담하게 걸어야 하는, 이제 영원히 볼 수 없어 눈물 나지 않는 이별.

   안녕은 사실 영원한 헤어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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