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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Jan 22. 2021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 날은 면접이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님.’으로 시작하는 긴 문자가 왔다. 면접을 보기로 한 곳이다.

   ‘사람을 좀 급하게 구하고 있어서 약속했던 날짜보다 빨리 면접을 볼 수는 없냐’는 내용이었다.

   순간 고민했다. 일정은 이미 꽉 찼다. 딱 하루, 영등포 역에 자원봉사를 가기 위해 비워놓은 날만 빼고.

   그러고 싶진 않았다. 봉사 단체에 미리 ‘가겠다’고 약속까지 다 해놨는데, 당장 내일인데. 이제 와서 ‘못 가요’ 할 순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이 안되어서요. 못 갈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다 적어 놓고 전송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그러고 싶진 않았다. 제일 처우가 좋은 곳이었는데. ‘네 알겠습니다’ 하고 온 답신을 되돌리고 싶었다.

   ‘다른 면접에서 잘하면 돼’ 스스로에게 말했다. ‘남을 도우러 갈 테니 나 좀 도와줘요’ 기도라도 할까 생각하다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아무리 급하지만, 그냥 그렇게 하기엔 뭔가 걸렸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작은 일이지만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일이라도 괜찮다’는 문자에 ‘저도 괜찮습니다. 면접엔 못 갈 것 같아요’ 말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급한 건 면접을 보는 일이지만, 이 추운 날 노숙자분들이 저기 떨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서 거기에 가는 걸 선택했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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