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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Oct 04. 2015

폭포(瀧)를 그린 그림인가? 신(神)을 그린 그림인가?

산수화이자 종교화, <나치노타키즈(那智瀧図)>

산수화란 일반적으로 동양화에 있어서 자연경관인 산과 물이 주제나 소재, 제재로 쓰여 그려진 그림을 말합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일반적인 산수화와는 성격을 조금 달리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나치노타키즈(那智瀧図)>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혼슈(本州) 남서부, 요시노쿠마노(吉野能野) 국립공원 나치산(那智山)에 있는 가장 커다란 폭포를 그린 실경화입니다. 이 작품은 13~14세기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160.7cm, 폭은 58.8cm이다. 1951년에 국보로 지정되어 현재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에 소장되어있습니다.


이 그림은 소재나 표현법, 제작기법으로만 말하자면 실제의 자연을 그린 풍경화로 산수화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실제로는 그 지역의 산악숭배신앙을 표현하고 있는  종교화이기도합니다.

(산수화인데 종교화라고?)


일본의 고대 산악숭배 사상은 산악이 자연물로서 보다는 종교적 의미를 부여받아 숭배되면서 종교적인 의례가 행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일본은 환태평양 화산대와 연결되어 높고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고, 섬나라의 특성상 강수량도 많아 산악마다 매우 울창한 삼림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특색은 고대 일본인들에게 있어 신비감과 공포감, 경외감 등을 불러일으켜 자연을 신앙적인 대상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나치노타키즈>의 소재로 쓰인 나치폭포는 닛코시(日光市)에 있는 게곤노타키(華厳滝), 다이고정(大子町)에 있는 후쿠로다노타키(袋田の滝)와 함께 일본의 3대 명폭(名瀑)으로 꼽힙니다. 높이 133m, 폭 13m, 용소의 깊이 10m 이상의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나치폭포는 폭포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신앙의 성지입니다. 나치폭포 신앙은 비룡이 폭포의 모습을 빌어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라고 숭배되고 있습니다.

나치 폭포의 실제 모습

지난 2013년 1월에 <나치노타키즈>를 소장한 네즈미술관에서는 “新春の国寶 那智瀧図-仏敎說話面の名品とともに-(신춘의 국보 나치노타키즈-불교설화그림의 명품과 함께-)”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미술관에서 내놓은 전시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면 <나치노타키즈>에 대해 종교화이자 풍경화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여유롭게 관람을 즐기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함에 있어서 그림에 참배를 드리러 와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나치노타키즈>는 관람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불법화(佛法畵)나 불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닮아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수화를 바라보는 시각과는 완전히 다르죠.


산수화와 종교화는 분류하는 기준점이 완전히 다른데요. 산수화는 소재에 관한 분류로 동물을 그린 영모화, 꽃을 그린 화훼도 등과 한 부류로 묶여 구분되어야 하고, 종교화는 주제에 관한 분류로 세속화와 함께 묶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넌 산수화냐? 종교화냐?)


<나치노타키즈>는 이 기준으로 보아 제작 기법과 소재의 측면으로는 산수화이자 일본의 산악숭배신앙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종교화입니다. 그래서 <나키노타키즈>는 “종교 산수화”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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