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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Nov 28. 2015

그 시절의 고등학생들은 지금과는 달랐다

코쿠리코 언덕에서(コクリコ坂から, 2011)

놀랍게도 미야자키 고로의 작품입니다. 전작 <게드전기>를 그렇게 말아먹고 난 후  또다시 감독을 맡았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외의 인물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로 2번째 감독을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감독의 전작에 대해 실망하고 기대를 놓고 봤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기획과 각본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손을 타서 그런 것일까요? 애니메이션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개봉 후 생각보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뭐, 걸작이라고까지 하긴 힘들어도 <게드전기>에 비하면 평작 이상은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이 작품이 <게드전기>보다 수익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전작에서 관객들이 너무 실망하여 이번에는 아예 안 찾아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선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의: 내용에 반전이 있으며 스토리 리뷰에 강력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여고생 마츠자키 우미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미국에서 유학 중인 어머니를 대신하여 코쿠리코 하숙집을 꾸려나가는 어린 가장이다. 우미는 한국전쟁에서 돌아가신 뱃사람이었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매일 아침마다 정원에서 신호기를 올린다. 그런 우미를 누군가가 본 것인지 학교 신문에 익명으로 깃발을 올리는 소녀에 대한 글이 실린다. 그리고 그날 점심시간에 남자 학생들의 문화부 건물인  “카르티에라탱”의 철거를 반대하며 한 남학생이 건물 옥상에서 정화조로 다이빙을 한다. 그 남학생은 카자마 슌이라는 학생으로 학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우미는 그런 슌을 정화조에서  건져내준다.
우미의 동생 소라는 슌을 만나 사인을 받고 싶다며 우미와 함께  카르티에라탱으로 가게 된다.  카르티에라탱은 매우 지저분하고 정신이 없었고, 학보사에는 손을 다친 슌과 학생회장 미즈누마 시로가 있었다. 소라는 슌에게 사인을 받고 우미는 손을 다친 슌을 대신해 학보를 만드는 일을 도와준다. 그날 밤 우미는 방과 후 하숙원들의 저녁을 만들다 식재가 떨어져 시장을 가던 중 슌을 만난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슌은 우미를 시장에 데려다 주고 간식을 사준다. 그런 호의에 우미는 슌에 대한 연정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다음날 우미는 하굣길에 슌과 만나  카르티에라탱의 대청소를 제안한다.  카르티에라탱을 여학생들도 찾아오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철거 반대 여론을 높이자는 제안이었다. 한편 코쿠리코 하숙집을 나가게 된 호쿠토의 제안에 따라 슌과 시로를 코쿠리코 하숙집에 초대한다. 그 가운데 우미가 보여준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슌은 표정이 굳는다. 이튿날부터  카르티에라탱의 대청소가 시작되고 그 가운데 우미는 자신을 피하는 슌을 느끼게 된다. 우미는 하굣길에 슌을 기다리고 어째서 자신을 피하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슌은 우미가 보여준 것과 똑같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들의 아버지가 같은 배다른 남매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한편  카르티에라탱의 대청소가 끝나고 학생들의 철거 반대 여론은 높아졌다. 그러나 학생들의 귀에 들리는 소식은 결국 철거를 진행한다는 이야기. 학생들은 슌과 우미, 시로를 대표로 이사장을 만나러 가게 한다. 결국 도쿄로 가서 이사장을 만난 세 사람은 결국 이사장을  카르티에라탱으로 초대하는 것을 성공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우미는 슌에게 자신의 연심을 고백한다. 우미가 집에 돌아오니 자신의 어머니가 미국에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우미의 어머니는 슌과 우미는 배다른 남매가 아니라고 하며 모든 걸 설명해준다.
다음날 이사장은  카르티에라탱에 찾아오게 되고 깨끗한 건물과 함께 그 속에서 학생들의 열의에 공감, 철거를 전면 취소한다. 그리고 슌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지금 항구에 있다고 하며 어서 오라고 한다. 슌과 우미는 그 길로 항구로 달려가 큰 배의 선장을 만나게 된다. 그는 오노데라 요시오라는 남자로 슌과 우미의 아버지의 친구였다. 그를 통해 자신들의 출생과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우미와 슌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둘의 마음을 확인하듯 서로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날 우미는 다시금 깃발을 올린다.


동아리 건물의 이름인  카르티에라탱(Quarter Latin)이란 말은 프랑스 파리의 중심부인 5구와 6구에 위치한 대학가의 명칭입니다. 그 유명한 소르본느 대학도 여기에 있지요. 이 거리는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로 여겨지며 항상 학생들과 거리의 예술가들이 넘치는 곳입니다. 코난 고등학교 학생들 네이밍 센스 좋네요!


작중 1960년의 고등학생은 놀라웠습니다. 생긴 건 중학생 같이 그려놓고선 하는 행동이 대학생 못지않아서 놀랐습니다.  카르티에라탱에는 철학 동아리, 문학동아리 등 순수학문을 탐구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동아리 건물의 존속을 두고 모든 학생들이 모여 토론회를 가지며 이사장을 찾아가며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 엄청나게 사회참여적인 고등학생입니다. 요즘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지네요.


고등학생들의 사회 참여는 세계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이 이상이었죠. 1960년 3월 15일에 마산 고등학교 입학 예정자였던 김주열 열사는 마산 부정선거에 대항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최루탄을 눈에 맞고 사망하였습니다. 이를 시발점으로 4월 12일 마산 공업 고등학교, 창신 고등학교, 마산 여자고등학교, 마산 고등학교 학생들도 부정선거에 대항하는 시가행진을 하였습니다. 또 여기서 시위를 주도했다 사망한 김용실 열사는 당시 마산고교 1학년 이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4.19 혁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억압과 부정, 부도덕에 맞서 자유를 외치며 투쟁을 한 당시의 고등학생들에게 존경심이 듭니다.



+

주인공 우미 형제의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장녀 우미는 ‘바다’라는 의미이고, 차녀 소라는 ‘하늘’이라는 의미, 막내 리쿠는 ‘땅’이라는 의미이지요. 하늘과 바다와 땅이라니... 게다가 우미의 경우 작중 친구들이 ‘메르’라고 부르더군요. 어째서인가 알아보니 프랑스어로 바다가 La mer라서 메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

첫번째 사랑 이야기? 포스터 카피를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때까지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인가 봅니다. <추억은 방울방울>, <귀를 기울이면>, <바다가 들린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등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무슨 불장난이었던가요... 차라리 지브리 최초 출생의 비밀 스토리라고 했으면 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았을까요?


+++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인 '안녕의  여름(さようならの夏)'을 한국판에서는 가수 정엽이 '이별의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번안하여 불렀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번안하여 부른 최초의 노래입니다.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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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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