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아리에티 (借りぐらしのアリエッティ, 2010)
영국의 동화작가 메리 노튼의 소설 “The Borrowers”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각본을 쓰고 당시 36세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작품 제작이 결정되었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는 <게드전기>를 말아먹은 자신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에게 제작진으로 참여하길 원했으나, 미야자키 고로는 하도 욕을 먹은 지라 두 번 다시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여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작품 <코쿠리코 언덕에서>에서 미야자키 고로는 또다시 감독을 하게 되지요.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선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흥행면으로 보았을 때 상당히 성공한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대박이 났고, 북미에서는 <벼랑 위의 포뇨>를 뛰어넘었습니다. 1500여 개가 넘는 상영관에서 개봉하여 최종 약 1900만 달러라는 수익을 얻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100만이 넘었습니다. 한국에서 극장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100만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럼 <마루 밑 아리에티>의 줄거리를 살펴볼까요?
심장이 아픈 쇼우는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외할머니 댁에 요양을 오게 된다. 외할머니 댁에는 가정부인 하루 아주머니와 외할머니, 그리고 마루 밑에 소인족 가족인 아리에티와 아리에티의 부모님이 살고 있었다. 외할머니 댁의 정원 한가운데에서 작은 인기척을 느끼게 된다. 인기척의 주인공은 소인족인 아리에티. 아리에티는 엄마의 생일 선물로 은방울꽃을 구하고 고양이와 대치하던 중에 쇼우에게 발각된 것이다.
그날 밤 아리에티는 아버지와 함께 ‘빌리기’를 하러 나서게 된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각설탕과 휴지를 빌려오게 되는데, 아리에티는 휴지를 빌리는 과정에서 쇼우와 눈이 마주치고 허둥대다가 각설탕마저 흘리고 오게 된다. 결국 습득물이라고는 빌리러 가는 중에 주운 침 핀 하나뿐.
다음날 의기소침해진 아리에티 앞에 쇼우는 분실물이라고 적은 쪽지와 함께 각설탕을 가져다 놓는다. 하지만 아리에티의 부모님은 절대 그것을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하며, 인간에게 발각되었으니 이사를 가야겠다고 한다. 개미들이 각설탕을 갉아먹는 것을 지켜보던 아리에티는 설탕을 쇼우에게 돌려줄 결심을 하고, 쇼우의 방 창문 앞에서 설탕을 던져 넣는다.
쇼우는 아리에티와 대화를 하기 원했고, 둘이 대화를 하던 중 까마귀가 창문으로 날아들어온다. 그 과정에서 쇼우는 아리에티를 구해준다. 그리고 까마귀를 쫓아내기 위해 하루 아주머니가 쇼우의 방에 들어오고, 하루 아주머니는 아리에티의 낌새를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소인족의 낌새를 눈치챈 하루 아주머니는 해충 박멸 센터를 부를 결심을 한다. 그날 밤 저녁식사 시간에 소인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쇼우의 외할머니는 쇼우에게 인형의 집을 보여주고 소인족을 위해 이것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인형의 집은 실제 집처럼 완벽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편 이사 갈 곳을 찾아다니다 다리를 다친 아리에티의 아빠는 아리에티의 가족이 아닌 다른 소인족 스피라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스피라는 야생의 느낌이 나는 소년이었고, 아리에티 가족은 자신들 외에도 소인족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듣고 기뻐한다.
다음날 쇼우는 집안의 창고에서 짐들을 들어내고 아리에티의 집의 부엌을 인형의 집의 부엌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아리에티 가족은 대 혼란을 겪고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가기로 결심한다. 들판에 누워있는 쇼우에게 아리에티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하게 된다. 실제로 이 일이 발단이 되어 하루 아주머니가 창고 밑에서 아리에티의 엄마를 발견하고 그녀를 잡아 병에 가둬두게 된다. 그리고 아리에티의 다른 가족들도 붙잡기 위해 해충박멸 센터에 연락을 하고 이를 방해하지 못하게 쇼우의 방문을 잠가버린다.
아리에티는 쇼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쇼우와 함께 어머니를 구하러 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해충박멸 센터의 사람들이 오기 전 아리에티의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고, 완전히 기척을 감춘 아리에티의 가족들은 하루 아주머니의 마수를 피할 수 있었다.
아리에티의 집이 이사를 하는 날 밤, 아리에티는 쇼우와 작별인사를 하게 된다. 쇼우는 아리에티 덕분에 심장수술을 받을 용기를 얻었다고 하며 둘은 서로 각설탕과 머리 집게를 작별의 선물로 나누게 된다. 그리고 아리에티와 그녀의 가족들은 스피라의 도움으로 주전자를 타고 다른 소인들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각설탕 하나에 티슈 한 장. 이게 뭐 얼마나 된다고 하루 아주머니는 아리에티 가족을 못 살게 굴어서 안달인지 모르겠습니다. 스머프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가가멜도 아니고. 게다가 쇼우와 쇼우의 외할머니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멋진 집까지 만들어두고 기다렸는데 말이죠.
이 작품에서 한 가지 재미있게 눈여겨 볼 사항이 있는데요. 바로 남자 주인공 쇼우에 관한 것입니다. 쇼우의 목소리는 캐릭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일본의 배우 카미키 류노스케에게 의뢰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화 스탭들은 작업실에 그의 화보를 붙여놓고 표정과 움직임을 연구했다고 하네요. 카미키 류노스케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쇼우라는 캐릭터 자체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어떤가요? 쇼우와 닮았나요? 사실 이 친구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종종 목소리로 출연하였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뚱뚱한 아기였던 ‘보’였었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하울의 제자인 ‘마르클’의 연기를 했었습니다. 이 두 캐릭터들과 비교하자면 갑자기 목소리가 확 바뀐 느낌이라 신기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1993년생인 카미키 류노스케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때는 8살, <하울의 움직이는 성>때는 11살이었고 이번 <마루 밑 아리에티>때는 17살이었네요. 변성기가 지나서 목소리가 변한 것이겠죠.
+
전작 <벼랑 위의 포뇨>와 함께 엔딩 크레딧이 매우 특이합니다. 그냥 제작에 관련된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의 이름이 역할명이나 직함 없이 주르륵 나오지요. 도대체 누가 무엇을 담당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신기한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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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우 외할머니 차 벤츠... 치히로네 아빠 차 아우디에 이은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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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티의 설정상 키는 약 10cm 정도... 앤트맨보다는 크더군요. 두 작품 다 작은 인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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