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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Dec 04. 2015

미야자키 하야오의 두 번째 은퇴작, 하지만...

바람이 분다 (風立ちぬ, 2013)

<바람이 분다>는 실존인물 호리코시 지로의 삶을 호리 타츠오의 동명소설 『바람이 분다(風立ちぬ)』와 『나오코(菜穂子)』의 주요 소재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호리코시 지로와 그의 동료들은 대부분 실존인물이지만, 히로인인 나오코와 그 주변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나오코는 결국 마지막에 죽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실제 호리코시 지로의 아내 이름은 스마코이며,  결핵은커녕 천수를 누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애니메이션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13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일본 자국영화로서는 5년 만에 수익 100억 엔을 돌파합니다. 재미있는 건 5년 전에 수익 100억 엔을 돌파했던 영화가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 <벼랑 위의 포뇨>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자신은 은퇴하겠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선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전에 은퇴를 번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가 은퇴를 선언할 때 후계자로 생각한 사람이 죽던가, 지브리를 뒤흔들만한(!) 질 낮은 작품이 나온다던가 하는 등의 악재가 생기곤 하였죠. 그리고 놀랍게도 이번에는 지브리가 망해버립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브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은퇴를 또 번복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실제로 은퇴 선언 이후에도 지브리 미술관에서 상영할 단편작 들을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의 내용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소년 지로는 꿈에서조차 비행기를 탈 정도로 비행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밤 지로는 꿈속에서 거대한 비행기 무리를 발견하며 동경하는 카프로니 백작을 만난다. 카프로니 백작은 비행기가 전쟁에 쓰이는 것을 비통해하며 전쟁이 끝나면 커다란 여객기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해준다. 
청년이 된 지로는 기차를 타고 대학으로 가던 중 자신의 모자가 바람에 날아갈  뻔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나오코가 이를 도와주게 되고 지로는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이내 기차 안에서 큰 지진을 겪게 된다. 이 지진으로 인해 나오코의 하녀 오키누가 다리를 다치게 되어 지로는 그녀들을 도와준다. 그리고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대학으로 가지만 대학은 이미 불바다가 되어버린 후였다. 이후 대학에서 비행기 설계를 공부하던 지로에게 어느 날 편지와 제도용 자가 전해진다. 그것은 전에 대지진 속에서 지로가 도와준 오키누가 답례로  가져다준 것이었다. 지로는 그 길로 쫓아가지만 이미 그녀는 떠난 후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고야의 비행기 개발 회사에 취직을 한 지로는 그 곳에서 비행기 설계를 맡게 된다. 지로는 기존의 비행기에 대한 설계를 보완하는 등 금세 일에 두각을 나타낸다. 그러나 새로운 비행기의 테스트에서 지로들이 만든 비행기는 속도에 못 이겨 결국  공중분해된다. 이 일로 인해 지로의 회사는 독일의 융커스사(社)의 기술 이전을 통해 폭격기를 만들게 되고 지로는 동기인 혼죠와 함께 독일로 출장을 가게 된다. 그러나 독일의 개발자들은 지로들에게 공장도 보여주지 않고 비행기의 내부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이후 일본의 본사에서 지로에게 귀국 명령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로는 다시금 카프로니 백작의 꿈에 초대되어 카프로니 백작이 만든 여객기에 탑승하게 된다. 
일본으로 돌아온 지로는 설계팀장이 되어 새로운 해군 전투기의 개발을 맡게 된다. 이전의 해군 전투기를 타 보게 된 지로와 그의 상사 쿠로카와는 정말 형편없었던 해군의 비행기에 심각성을 느낀다. 그러나 지로를 필두로 새롭게 만든 비행기는 시험 비행에서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좌절한 지로는 피서지로 휴양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나오코와 재회한다. 그러나 나오코는 지로를 알아보았지만, 지로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두 사람은 재회를 기뻐하며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서로에게 연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가기 전 지로는 호텔에서 나오코에게 청혼한다. 그러나 나오코는 자신은 결핵의 요양차 이 호텔에 와 있던 것이라고 밝히고 병을 완치시키고 난 후에 결혼을 하자는 약속을 한다.
일터로 돌아온 지로는 다시금 비행기 개발에 온 힘을 쏟는다. 그러던 중 지로는 독일 출장과 휴양지에서 만난 독일인 때문에 사상범 전문 비밀경찰에게 쫓기게 되고, 이로 인해 상사 쿠로카와의 집 별채에 얹혀살게 된다. 그러던 중 나오코의 병세가 악화되어 각혈을 했다는 전보를 받게 되고 그 길로 지로는 나오코를 만나기 위해 급하게 도쿄로 간다. 나오코는 지로를 만난 후 용기를 얻어 병을 치료하기 위해 후지산의 병원에 입원하길 원한다. 하지만 투병 생활 중 나오코는 지로의 편지 한 통을 받고 그 길로 지로를 찾아간다. 지로는 나오코에게 함께 살자고 말하며 쿠로카와의 집으로 나오코를 데려간다. 그리고 쿠로카와 부부를 증인으로 두 사람은 그곳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후 지로는 계속되는 야근으로 언제나 늦게 집에 들어오게 되고 나오코는 점점 병이 악화되어갔다. 그래서 두 사람은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이듬해 봄 지로는 결국 비행기 제작을 완성하게 된다. 시험 비행을 하는 날 아침 나오코는 지로를 마중한 후 조용히 어디론가 떠난다. 그녀는 편지를 남기고 병원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 무렵 지로는 비행기의 시험 비행을 대성공하지만 시험비행 중 무언가를 느끼고 먼 하늘을 멍하니 쳐다본다. 
이후 일본은 패전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고 지로가 개발한 비행기들도 전부 폐허가 되었다. 비행기의 잔해들 사이를 걸어가는 지로, 그런 지로 앞에 카프로니 백작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그동안 얼마나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지로는 그 꿈의 끝에서 나오코를 만난다. 그리고 나오코는 지로에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이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한국과 일본 두 군데에서 동시에 욕을 먹었습니다.


태평양전쟁 때 가미가제 특공대로 유명한 전투기인 제로센과 그 개발자인 호리코시 지로의 모습을 미화시킨 이야기를 담은 <바람이 분다>는 전범국과 전범기를 미화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국내에선 개봉 거부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등의 질타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오는데요. 일본의 유명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에선 <바람이 분다>는 반(反) 일본주의 영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매국노다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일장기가 그려진 비행기가 추락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작중의 인물이 일본은 파멸한다는 대사를 하는 등 그쪽 우익들은 안 좋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작품 속에 일제에 대한 미화, 제로센에 대한 미화, 천황 미화, 전쟁 미화는 직접적으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는 비행기가 전쟁 무기로 쓰이는 것을 아주 싫어하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을 반전 작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전쟁을 미화한 작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지고지순한 러브 스토리로 볼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감독은 이 작품의 대상층을 성인으로 잡았고, 제대로 된 판단력이 서 있는 성인이라면 알아서 봐야지요. 

다만 주인공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꿈을 향해 일직선으로 거리낌 없이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럴 거면 그냥 지브리 스튜디오 안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그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




+

놀랍게도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의 성우는 안노 히데아키입니다. 

네,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에반게리온의 감독 그 안노 히데아키입니다. 

사실 안노 히데아키는 이번 신작에서 비행기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이를 자신에게 그리게 해 달라고 하기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를 찾아갔는데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런 안노 히데아키를 주연 성우 오디션에 세우고 합격시켜버립니다. 그림이 아니라 목소리를 얻어내는군요. 목소리가 처음엔 진짜 위화감 들고 어색한데, 듣다 보면 익숙해지고 또 잘 어울리는 것 같은 게 참 신기합니다.


++

이 작품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치고는 흡연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요. 일본에서 이 흡연 장면으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일본 금연 학회>는 이 애니메이션이 담배 규제 기본 협약 13조를 위반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작품 내 교실, 호텔 레스토랑, 회사에서 사람들이 흡연하는 장면은 물론이고 특히 주인공인 지로는 폐결핵으로 요양 중인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담배를 피웁니다. 좀 많이 심각하긴 합니다. 

이에 반해 <흡연 문화 연구회>는 쇼와 10년대의 흡연율 대해선 공식 데이터가 없지만, 쇼와 25년의 데이터에서는 남성의 84.5%가 흡연자이기에, 작품 속의 묘사는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옹호하였습니다. 


+++

비행기의 엔진음이 사람의 육성이라고 합니다. 이건 들어보면 정말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http://media.daum.net/entertain/cluster/newsview?newsId=20130830132104041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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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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