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부재



어두워지는 골목 앞에 나와 앉은 노파를 나는 지나쳐간다

속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쭈그린 요지부동을 나는 흘깃거린다

저렇게 쭈그리고 앉아 구겨진 모시바람으로 맞이하는 이 누구일까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저 어둠 끝에서 누가 실마리처럼 온다는 것일까

콘크리트 골격을 잘못 뚫고 나온 철근처럼 대문 앞 층계에서 휘어 있는

노파는 잠든 것일까 죽어버린 것일까 저 미동 없는 짐승

저 휘어져 끝이 없는

골목, 늑골 깊숙한 환부에서 몰려오는 바람이 나를 관통하고

구겨져 스멀거리는 노파의 모시자락 훑고 빠져나갈 때

진저리치며 슴벅거리는 두 눈은 분명 노파의 것이 아니고

아니고 짐승이고 허깨비이고 하룻밤 악몽일 뿐

등줄기 위로 싸늘히 흘러내리는 한기

뒤돌아보니 노파도 골목도 어둠도 사라지고 없다

없다, 망부석처럼 앉아 잴잴 침 흘리던 요지부동

없다, 늙은 암캐처럼 미동 없던 두 눈


헛것이 날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