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여자가 함지박만 하게 웃고 있다 여자의 말아올려진 입꼬리를 따라 벚꽃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그러나 웃음소리는 사진 가득 뿌옇게 뒤틀려 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진들 틈에서 누렇게 빛바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벚꽃 흐드러지던 봄날 한때 무아지경의 찰나였음을 기억하는 눈 하나 있어, 웃고 있는 여자의 사진 한 장 다시 찍힌다 복구된다 벚꽃이 공중으로 부풀어오르고 곧 여자의 입에서 웃음이 탄성처럼 터져 나온다 점점 벌어지는 저 입, 벌려진 시간의 목젖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저 검은 숯덩어리!
렌즈를 들여다보고 있는 눈에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찰칵, 목젖으로 불이 붙는다 순간, 누구도 틀어막지 못할 구멍이 뚫린다 뚫린 심연 속에 봄날 한 컷이 아우성치며 타오른다 활활 다물어지지 않는다 사각틀 안에 여자의 웃음소리가 영원처럼 울려 퍼진다 이윽고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입 벌린 구멍 속으로 한꺼번에 빨려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