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투신



비닐하우스 문을 열자

백일몽의 냄새가 와락 달려들었어

여름 햇살 뜨겁던 정오였지

글라디올러스, 대쪽의 입새 사이로

밀어올리는 연분지 같은 속살

멍울들은 채 열려 있지 않았지만

훅 냄새를 피워올렸어 숨어 있던 냄새

혓바닥 돌기처럼 시뻘건 냄새

그 열탕 같은 곳에서 내내 몸이 달았던 거야

누군가 다가와 자신의 기다란 목을

물어뜯고 싹둑 베어가주길

노오랗게 익어가는 몸뚱이를 한바탕

내동댕이치고 질끈 눈감게 되길

그 펄펄 끓어 넘치던 곳

어디에도 출구 없던 곳

비닐하우스 문을 열자

오래된 감옥의 냄새가 훅 끼쳐왔어

여름 햇살 뜨겁던 정오였지

너무 오래 다물고 있어 썩은 군내처럼

빠져나오는 꽃들의 깊은 한숨 소리

채 익지 않은 푸른 멍울에서 새나왔지만

늙어버린 香만 가득했어

분분히 흩날리며 고꾸라질 연분홍 시간의 입술



오그자가입을벌리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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