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심장



사방은 뚫려 있었으나 또한 막혀 있었다 의식이 돌아오기 전부터 그는 걷고 있었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노자 삼아 황토를 밟고 돌길을 굴렀다 터져 나갈 듯 숨이 차올라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는 길을 놓아버리고 갓길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아 짐승이 되었다 본능의 코를 킁킁거리며 먼지에 실려오는 길의 향방을 좇았다 두 발을 버리고 네 발로 기었다 네 발로 기는 순간 길은 수만 갈래로 펼쳐졌다 딛는 걸음이 그대로 길이 되고 우회전도 좌회전도 직진도 브레이크도 없이 길은 마구 내달렸다 기던 네 발은 뛰었다 뛰던 네 발은 날아올랐다 길을 묻지 않는 짐승의 습성으로 그는 자신의 十方을 가로질렀다 걷고 뛰고 달려야 했다 걷고 뛰고 달리다 날아올라 마침내 터져버려야 했다 저 자명한 현실에 놓여 있는 심장처럼,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는 악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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