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그믐
아이가 운다 밤이 되면 운다 얼굴 없는 아이가 겁에 질린 듯 숨이 넘어가듯 서럽게 운다 밤만 되면 운다 옆집에서 우는 걸까 윗집에서 우는 걸까 밤만 되면 우는 아이는 밤마다 벽을 타고 내려와 우리 집 단열 이중창을 넘는다 아이야, 이리 온! 아슬아슬 창턱에서 멈칫대던 아이는 얼른 내 꿈속으로 뛰어든다 꿈속은 바닷가 섬집이다 젖줄을 줄줄 흘려놓고 엄마는 어디 갔나 아이는 섬집에 버려져 파도 소리 듣는다 아이 홀로 귀곡성을 듣는다 날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귀곡성은 끊이지 않고, 말라비틀어진 젖줄 부여잡고 우는 아이는 이제 주술이다 그믐이다 달이 사라진 세상, 아이의 모든 울음이 밀려오고 있다 썰물이 빠지고 애가 끓고 애가 끊기는 밤, 아이가 운다 아이가 운다 아이가 운다 아무도 아이를 달래지 않고 아무도 아이를 기억하지 않는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