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 해골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입속의 해골



그녀의 입속에는 해골이 들어 있어요 그녀가 입을 벌리면 뼈들이 덜그럭거리며 웃음을 터뜨려요 불필요한 관념들이 떨어져나간 두개골의 소리는 청명해요 한적한 절간에서 몸을 퉁기며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는 風磬 소리예요 그러나 어떤 이는 그 웃음소리를 비난이나 조롱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뼈의 웃음소리를 들어본 적 없는 자의 불행이죠 그는 자신의 악취와 구토의 세월을 경멸하며 지나온 자예요 그 속으로 들어가 함께 썩어 들어가기를 기도해본 적 없는, 늪을 모르는 자이죠 아니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자예요 악취도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악취의 음악이 뼈를 울린다는 사실을 그는 결코 몰라요


그는 그녀의 입속에 구관조가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해요 그녀가 입을 벌리면 구관조가 기다렸다는 듯 노오란 부리로 노래를 부르지요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낼 줄 아는 구관조는 해골의 영혼도 번역하지요 심장을 파고드는 칼날처럼 군더더기 없는, 단방에 머리통을 명중시키는 총알처럼 에누리 없는, 구관조의 부리는 해골의 정수를 전달하기 위해 가끔 벌려지지요 그러나 어떤 이는 그 노랫가락을 허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진실의 맨 낯을 회피해온 자의 기만이죠 그는 자신의 입속에서 해골이 웃고 구관조가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해요 그에겐 자신의 심장에 꽂힌 칼날만이 칼날이며 자신의 머리통에 박힌 총알만이 총알이죠 그가 입을 벌리면 해골도 입을 다물고 구관조도 날개를 꺾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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