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당신의 시사회
이리 와 허파를 여시오 공기는 충분합니다 空中의 사무실은 窓이 아니라오 이리 와 스크린 앞쪽에 몸을 묻으시오 영혼의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한 방울 두 방울 듣는 어둠의 울음을 들어보시오 노동 소외의 나날을 자판 위에서 굴러온 당신, 윈도즈 바탕화면에 임시 저장한 결재 서류는 이미 완료되었소 안심하시오 이제 이리 와 어둠과 몸 섞으시오 어둠은 사뭇 처녀처럼 팽팽하오 눈 열고 귀 열고 관절 열어 암흑과 엉켜보시오 유리 빌딩 안에 오도카니 갇혀 풍경을 견디던 당신, 窓 밖 허공의 리얼리즘 앞에서 분열증자처럼 눈알을 굴리던 당신, 암흑이야말로 풍경의 백미가 아니겠소 이제 당신은 핵심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이오 설령 당신이 스스로 판 무덤에 드러누운 폐쇄공포증 환자라 해도 이곳은 풍경의 출구가 되어줄 것이고 당신을 위해 마련된 단 하나의 좌석에 앉아보시오 당신의 산소가 임계치를 넘어서고 당신의 들숨 날숨이 빨라지다 못해 거칠어지고 설령 당신의 죽음이 문턱에 당도한다 해도 이곳은 소외의 나날은 아닐 것이오 침울한 당신, 이리 와 그대를 여시오 아이들 마누라 걱정일랑은 무통장 입금으로나 처리하시오 거래 은행은 希望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고 피 같은 약간의 수수료만 떼어내면 당신의 안녕은 곧 알려지리다 폭탄주의 나날, 홍콩 같은 애인, 엿 같은 상관일랑은 금고에나 보관하시오 그곳은 곧 테러가 자행될 것이오 기억하시오 당신은 선택받은 인간이오 밤은 곧 장막을 걷고 공연을 시작할 것이오 출연진은 한때 당신의 시선을 앗았던 흰 나비 떼라오 窓 밖의 먼지, 窓 너머 그림자일지도 모르오 짐작했다시피 당신의 신기루, 당신의 모든 전생이라오